인천 중구 중앙동 중구청 정문 앞길은 요즘 일본식 리모델링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자유공원과 중국인마을로 올라가는 연결로인 이 길을 따라 늘어선 10여 개 건물의 겉모습을 일본풍으로 뜯어고치는 작업이다. 창틀과 문짝을 바꾸고, 지붕에는 황동색 금속 기와를 얹고 닦아내고 있다.

“이 동네엔 퇴근 후엔 사람이 안 와요. 자꾸 사람이 빠져 나가기만 하니….”

리모델링이 진행중인 한 건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종대(69)씨는 “리모델링 덕에 동네가 깨끗해지기도 했다”며 “이렇게 해서라도 다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 중구가 2005년부터 추진해온 ‘역사 문화의 거리 내 건축물 리모델링’ 1단계 사업이 오는 23일 마무리된다. 리모델링 지역은 100년전 개항기 때 일본인들이 치외법권을 누리며 모여 살던 ‘일본지계(日本地界)’의 일부다. 이곳의 건물들을 개항기 당시의 일본식 건물풍으로 리모델링해 관광객을 끌어모으려는 게 목적이다.

▲중구 중앙동 중구청 정문앞길 주변 건물들의 지붕과 문짝 등을 일본풍으로 리모델링 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05년 중구청 앞~신포시장 사이 큰 길가에 있는 건물 92개동의 건물주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연 뒤 리모델링 신청을 한 14개 건물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대상 건물은 대부분 상가 건물이거나 1~2층에 상점이 있고 3층에는 살림집이 있는 주상복합 건물들이다. 지은 지 20년 이상, 길게는 50년 이상 된 것들이다. 리모델링을 하는 부분은 이들 건물의 앞쪽면이다. 총 사업비 3억9600만원은 모두 중구 예산에서 지원했다.

이들 건물들을 일본풍으로 바꾸기 위해 지붕에는 도둠기와나 동기와를 씌웠다. 창에는 나무로 창틀을 짠 뒤 앞에 나무살로 난간을 만들어 붙였다. 벽에는 미송으로 널을 만들어 붙이거나 회반죽을 발랐다.

이번 리모델링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건물주들은 건물을 새로 지었거나 자체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 재산권 행사에 방해가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 등이다. 일부 중국인 건물주들은 "일본식이 싫다"는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구청 건축과 김기호씨는 "인근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을 잇는 관광기반시설을 확충,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 해보자는 뜻에서 일본풍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 블럭 옆에 있는 제물포조약길 일대에 대해서도 2단계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때는 인천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변두리로 밀려나 사람들이 계속 떠나고 있는 중구 일대를 되살려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리모델링을 하는 건물마다 고동색의 벽면과 황동 지붕으로 색깔과 양식을 똑같이 해 아무런 특색이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특히 지붕을 당초 설계에는 일본식 기와로 올리도록 돼 있던 것을 "더 보기 좋게 한다"는 이유로 갑자기 황동으로 바꿔 일본식 건물의 분위기를 충분히 내지 못 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작업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한 두 개의 건물만을 골라 서두르지 말고 제대로 복원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설계도 자의적으로 일부가 바뀌었다"며 "2단계 작업까지도 이처럼 서둘러 진행하면 나중에 관광자원이 아니라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