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슈퍼마켓의 등장
예전에는 각 지방에 대형 할인마트가 입점하면서 지방 소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였다. 최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슈퍼마켓과 재래시장 간의 대립이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 대형슈퍼마켓은 매장면적 500~800평 규모의 슈퍼마켓으로 대형할인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의 중간 크기인 식료품 유통 매장이다. 대형슈퍼마켓을 특별히 슈퍼슈퍼마켓이라고 하여 SSM(Super SuperMarket)이라고 표시하기도 한다. 갈등의 증폭은 이마트,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기존의 유명 대형할인마트 업체들이 SSM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대형슈퍼마켓 논란의 핵심
이마트로 상징화되는 대형 할인마트가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면서 지방 영세 상인들이 반발하여 발생한 갈등은 ‘소비자 선택권이냐, 지역 경제 살리기냐 논쟁’으로 정리되었다.
소비자 선택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한 시설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시장경제라는 것 자체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경제적 욕망을 제도화한 것이다. 효율성을 제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무한 경쟁의 세계화 현상 앞에서 지역 상인들도 체질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지역 경제 살리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방에 뿌리를 둔 지역 상인들의 경제력이 상실되어 삶의 터전이 파괴되었을 때 이들의 복지를 보장해주기 위한 사회적 비용 문제가 오히려 심각하다고 본다. 지역 경제가 침체되었을 때는 지방화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에너지도 상실되어 국가 균형 발전에 문제가 생긴다. 이는 양극화 문제가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구도 차원에서도 발생함을 말해준다.
이러한 논란을 무릎 쓰고 대형 할인마트들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었으나 실적은 생각대로 높지 않았다. 오히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은 지방보다는 수도권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수도권은 넓은 매장을 확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출점 비용도 만만치 않아 대형 할인마트들에게는 규모를 축소한 SSM형태가 차세대 유통업체로 적격이었다. 슈퍼슈퍼마켓의 등장은 대형 할인마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 상황에 맞추어 몸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줄였을 뿐이다. 즉, 대형슈퍼마켓 논란은 예전의 대형 할인마트 논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계승하고 있고, 논란 지역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교과서를 통해 숨겨진 전제를 공부한다
대형슈퍼마켓 논란은 한마디로 ‘성장이냐, 분배냐’ 논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비자 선택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협력보다는 경쟁, 효율성, 합리성을 강조하고, 지역 경제 살리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분배 정책에 관심이 많다. 성장이나 경쟁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정신과 분배를 강조하는 복지주의 정신 간의 갈등이다. ‘성장’과 ‘분배’는 한미FTA논란, 세금정책 등 경제와 관련된 각종 논란에 그대로 활용되는 개념이다. 어떤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 숨어있는 전제들이 있다. 상대방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주장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전제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 전제의 근본적인 결함을 지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