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성주여고는 학원도 과외도 흔하지 않은 농촌 시골학교다. 올해 서울대 일반전형(소비자 아동학과)에 합격한 성주여고 3학년 강동희(18)양은 인터뷰 내내 ‘책’ 이야기만 했다. 논술 시험 시간에 개요는 어떻게 짜는지, 꿈은 무엇이었는지 등 어떤 질문에도 “책을 읽다 보니….”라는 말로 답을 시작했다. 진짜 ‘실전 논술’을 써 본 것은 고작해야 원서 접수 후 한달 뿐이라고 한다. ‘책 읽어서 서울대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강동희양의 ‘글쓰기 비결’은 무엇일까.

음악 듣듯 책 읽었어요

한글을 깨치기 전에 '책 읽는 취미'부터 들였다. 엄마가 그림 동화 책을 몇 번 읽어줬는데 나중엔 시도 때도 없이 읽어 달라고 졸라서 '귀찮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책을 달고 살았다. 책이 빽빽이 꽂혀 있는 학교 학급문고는 없는 게 없는 보물 창고였다. 매일 하나씩 빼 읽다 보니 졸업할 때쯤엔 읽지 않은 책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지금도 초등학교 친구들은 '넌 책 읽는 모습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말해요. 그때 책을 늘 곁에 두는 버릇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마음껏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학교 공부만 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대신 왠지 공부가 안되고 마음이 심란할 때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우울할 땐 음악을 듣는다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저는 그럴 때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습니다. 강요 받은 학교 공부말고 제가 직접 고른 책을 읽다 보면 기운이 나요."

3년 내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지낸 것도 '다양한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됐다. "한비야 씨의 책처럼 '여행기'만 줄곧 읽는 친구, 노벨상을 탄 소설만 읽는 친구,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달라요. 친구들과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추천하고 돌려 읽으니까 '편식'하지 않고 여러 분야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읽은 책은 이야기 거리가 됐고 모든 이야기는 '토론의 시작'이 됐다.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꼭 '국어사전'을 들춰본 습관은 '어휘력'을 키웠다. "고1 때 전자사전도 생겼지만 내용이 부족해서 잘 쓰지 않았어요. 한 단어를 찾으면 옆에 있는 다른 단어까지 저절로 읽게 되는 것이 종이 사전의 매력이죠."

논술은 개요가 절반

동희양은 개요짜기가 논술의 절반이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서론-본론-결론'의 내용을 차례대로 적어나가는 기본적인 방법이 아닌 '자신만의 개요 짜기 방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논제를 파악한 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조리 다 연습장에 써둡니다. 낱말, 문장, 영화제목 등등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요. 그것들을 '서론- 본론- 결론'에 적절히 끼워 넣어요." 동희양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적다 보면 순간순간 떠오르는 '이야기 거리'들을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탄탄한 독서력으로 글쓰기에 자신이 있었지만 고려대 수시 1학기에서 떨어진 후엔 걱정이 됐다. "혼자 글을 쓰다 보니 무엇이 부족한 지 알 수가 없었어요. 논술 시험까지 한 달 학원을 다녔는데 첨삭을 받으면서 고치던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변화와 속도에 관한 이번 서울대 논술은 '착착' 써내려 갔을 정도로 어렵지 않았다. 요구사항이 까다롭긴 했지만 시간에 맞춰 부족함 없이 쓸 정도였다.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제 파악'인데 독서의 과정 자체가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음악 듣듯 습관처럼 독서를 즐긴다면 논술도 쉬워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