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불법체류자 55명을 수용하고 있던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였다. 겉으로는 ‘보호시설’이지만 사실상 ‘감금시설’이었고, 가능한 한 빨리 출국시켜야 하는 불법체류자들 중 1년2개월 가까이 감금돼 있던 사람도 있었다. 정규직원이 아닌 용역업체 직원 또는 공익근무요원들과 불법체류자들은 수시로 부딪혔다.

화재가 발생한 304호실에 수용돼 있던 김명식씨는 지난달 11일 정병진 솔샘교회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직원들이 나를 땅바닥에 내리쳐 침이 안 넘어갈 정도로 다쳤다. 의사도 만나지 못하게 한다.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정 목사는 화재가 난 11일 여수화재참사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측에 알아보니 ‘김씨가 CCTV를 부수려고 해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며, 의사가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해서 안 보냈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11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외국인 9명이 질식해 숨지고 18명이 부상한 전남 여수시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마(火魔)에서 목숨을 건진 외국인 한 명이 보호시설 창살 사이로 손을 내민 채 무표정한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화재 현장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다. 생존자들은 "화재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보호실 복도엔 소화기도 없었다. 김해성 외국인노동자의집 대표는 "4층 건물이어서 스프링클러 설치가 필요 없다는 것이 법무부 주장이지만, 사람을 쇠창살과 자물쇠로 가둔 시설에 기본적 소화시설이 없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모순되는 출입국관리법 조항 때문에 보호기간이 길어지면서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출입국관리법 52조는 보호기간을 최장 20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법 63조는 "송환이 가능할 때까지 보호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수출입국사무소에는 1년2개월째 수용 중인 불법체류자도 있는 상황이다.

여수 출입국사무소 경비는 민간 용역업체 직원 15명이 맡고 있다. 이들이 젊은 불법체류자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고, 몇 차례 탈주극을 막지 못하자 이중 삼중의 잠금장치를 설치했다는 것이 지역 인권단체의 주장이다.

▲11일 오후 한 외국인이 여수출입국 관리사무소 화재로 사망한 외국인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여수성심병원 영안실에서 분향을 끝낸 뒤 일어서고 있다.

"(2005년) 4월 22일에도 화재가 일어났었다. 그때도 철창 안에 갇힌 어느 누구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1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27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시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보호시설. 재작년 바로 이곳에 수용됐던 한 미국인 흑인 남성(36)은 이미 당시에 화재 발생시 대형 사고 가능성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이 흑인 남성은 2005년 5월 국내 한 언론에 보낸 편지에서 여수 출입국관리소 외국인 보호시설에서 발생한 외국인들의 자살 기도와 화재 사건 등 각종 사건에 대해 생생하게 기술했다. 그는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왜 우리는 창살과 자물쇠가 달린 이곳에 가두는가. 교회 가는 길인데도 어째서 쇠고랑을 채우는가"라며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2년 전 이 남성이 제기한 문제가 11일 새벽의 화재로 현실화된 것이다. 이 지적에 대해 법무부 출입국은 "당시 러시아 국적의 보호 외국인이 불법으로 반입한 라이터로 보호실 내에서 화장지에 불을 붙인 장면을 당시 근무자가 발견하고 즉시 진화했던 사안으로, 화재 사건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이 흑인 남성의 지적대로 '철창 안에 갇힌 외국인들이 제대로 피하지 못해'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출입국 관리 업무뿐 아니라 다른 지역 관리사무소와는 달리 외국인 수용시설도 함께 갖추고 있다. 외국인 수용시설은 불법체류자들을 일정기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시설로, 청주와 화성의 외국인 보호소는 외국인 보호만을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여수 관리사무소는 두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 붙잡힌 불법체류자들은 검거 지역별로 수도권은 화성에, 중부권은 청주에, 전남과 경남지역은 여수에 각각 수용한다.

여수 사무소에는 11일 현재 55명이 수용돼 있었다. 수용 가능 인원은 253명이다. 55명은 국적별로 중국이 42명으로 가장 많고 우즈베키스탄 4명, 스리랑카 2명, 카자흐스탄 2명이었다. 또 베트남, 인도, 러시아, 이란, 키르기스스탄이 각 1명씩 수용돼 있었다. 모두 불법체류자들로 강제출국을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