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이 나라 정치엘리트, 자기들끼리 전부 담합해 가지고 이 시기에 필요한지 안 한지 (개헌제안에 대해) 논의조차 덮어버리는 이 상황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엘리트 아닌 일반 국민에게 광범위하게 이 상황을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치·헌법·공법학회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하면서 자신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이 충분히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이들 학자들의 침묵에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 같은 ‘훈계성’ 얘기를 적지 않게 했다.

노 대통령은 “흔히 쓰는 말로 침묵의 카르텔이라고 하는데, 다 덮어버리니까 반대동맹이 있고 방관의 동맹이 있고 나머지는 없는 것 같다. 참 어려운 지경”이라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사실 (개헌을) 제안할 때는 정쟁이 공론으로 수렴되는 과정을 거쳐보자는 취지로 발의를 하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지금에 와서 전부 덮어버리자는 분위기가 있으니까 지금 정치 엘리트를 일반 국민대중에게 고발하는 형태의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말하는 정치 엘리트는 야당, 언론, 학자 모두를 겨냥하는 것이다. 이들이 개헌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침묵의 카르텔’ ‘담합’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실도 청와대브리핑에 글을 올려 같은 주장을 폈었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 대통령 임기만을 손대는 ‘원 포인트’ 개헌을 해야 다음 정권의 임기 초반부터 2단계 개헌 논의에 착수할 수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 성사 가능성에 대해 “나는 앞으로 야당이 개헌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한나라당이 말을 바꿨다고 비판할 사람은 없다, 수성(守城)만 하는 정치로는 국가를 성공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가적 의제를 계속 대선 후보들에게 내줘야 한다”면서 “학계나 시민사회에서는 시험문제를 끊임없이 내줘야 하고, 대선 후보들은 앞으로 국가가 닥칠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답을 해야 한다”고 학자들이 입을 열 것을 거듭 주문했다.

이 자리에는 양승함(梁勝咸) 한국정치학회장(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만희(鄭萬喜) 한국헌법학회장(동아대 법대 교수), 성낙인(成樂寅) 한국공법학회장(서울대 법대 교수) 등 각 학회 회장단 19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