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는 끝이 없잖아요.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예요.”

8일 오전 졸업식이 열린 천안 백석문화대학교 강당. 2000여명의 졸업생 가운데 7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손주 뻘인 20대 젊은이들과 나란히 학사모를 쓴 이경애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확 띄었다.

지난 2005년 사회복지학부에 입학한 뒤 남다른 열정으로 교정을 누볐던 이 할머니는 노인복지 전공으로 영광의 졸업장을 받고 감회에 젖었다.

“이제 한을 풀었네요. 젊은 학생들과 어울리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늘 즐거웠어요. 몸과 마음이 젊어진 소중한 시간들이었죠.”

백석문화대 사회복지학부를 졸업한 이경애(오른쪽) 할머니가 가족들로부터 축하꽃다발을 받고있다. 백석문화대 제공

졸업식에서 만학도(晩學徒)상을 받은 할머니는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살겠다”며 의욕을 과시했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도 포기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을 지워버릴 수 없어 지난 2003년 69세 나이로 서울의 한 고교에 입학했다. 손자와 같은 학생들과 수업을 받으며 시작한 늦깎이 공부가 5년 만에 대학까지 마치는 알찬 결실을 맺은 것.

서울 용산에 사는 할머니는 2년의 대학생활 내내 전철을 타고 천안으로 통학하며 왕복 5시간을 차에서 보냈다. 게다가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집안살림까지 도맡아 해야 했지만 할머니는 결석과 지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특히 딸 한재선(38)씨가 백석문화대 실용음악학부(피아노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어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딸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학내에서 딸을 외면하면서 학업에 열중했다”는 것이 할머니의 말이다.

한 교수는 “가족들이 항상 무리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시험기간이면 돋보기를 쓰고 밤새워 책을 잡는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며 “사회에서 뜻을 잘 펼치셨으면 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같은 학부를 졸업한 김명성(여·22)씨는 “우리 또래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활동에도 빠짐없이 참여해 모범을 보이셨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할머니는 요즘 구청 등에서 펼치는 스포츠댄스, 영어회화 강좌에 푹 빠졌다. 배움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에 가족들도 놀라고 있단다. “앞으로도 뭐든 열심히 배워야죠.”

할머니는 “그간 배운 것들을 활용해 노인 복지시설에서 봉사도 하면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