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집단 탈당을 이끈 김한길 의원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집단 탈당한 의원들이 앞으로 할 일과 구상 등을 밝히는 자리였다. 김 의원은 이날 탈당 이유에 대해 “열린우리당 틀 안에서 아무 것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패배를 기다린다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열린우리당 안에 그대로 머무는 것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요구를 따르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탈당 의원들도 똑같은 입장이다. 새 당을 만들기 위해 지금 당을 떠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것이 대의(大義)나 명분(名分)이 될 수는 없다.

이날 김한길 의원 기자간담회에선, 이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선주자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여권의 기존 후보인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은 생략한 채 한나라당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거론됐다. 김 의원은 “우리가 대적하는 정치세력의 후보를 우리 대표주자로 세운다는 것은 엄청난 자기 모순”이라고 했다. 그러나 탈당 의원들 중에는 손 전 지사나 정 전 총장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탈당 의원들이 내세울만한 대선주자가 없는 탓이다. 이 같은 모습은 과거의 분당(分黨)이나 탈당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과거에는 국민이 믿든 믿지 않든 나름대로의 명분을 내걸었고, 또 분당을 이끌 ‘간판 스타’가 존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180도 다르다. 그래서 ‘깃발 없는 이합집산’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들이 일단 ‘가출(家出)부터 하고 보자’고 나선 데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하다간 모두 죽는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한 의원은 “90%에 육박하는 국민이 반노(反盧) 정서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든 열린우리당에 더 있을 순 없다”고 했다. 또 이제껏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돼 온 “정동영·김근태로는 대선에서 승부가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깔려 있다.

이런 생각에는 지금 열린우리당에 남아 있는 110명 의원들 다수가 공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6일 이뤄진 집단 탈당은 여권발(發) 이합집산의 시작일 뿐이다. 정동영 전 의장계나, 김근태 의장계, 재선그룹, 호남 의원 등 여당의원 상당수가 언제든 당을 뛰쳐나갈 태세다. 여권은 당분간 끊임없는 분화(分化)를 거듭할 전망이다. 지금 당장은 탈당·분당을 보는 여론이 싸늘하지만, 어차피 대선은 미래를 뽑는 선거인 만큼 시간이 흐르면 얼마든지 반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라는 틀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보는 만큼, 탈당·분당을 통해 ‘중립지대’로 옮겨가 있겠다는 것이다. 탈당 의원들은 한군데 모여 있기보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나름의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다음 12월 대선을 앞두고 하나로 뭉친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그래서 ‘위장 이혼’이란 말이 나온다.

물론 이들의 생각처럼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 통합이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2002년 대선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있을 때, 2007년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현직 대통령과 기존 여권 대선주자들을 버리고, 명분 없다는 비난을 무릅써가면서까지 이들이 탈당을 감행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