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든 고소인이든 한 번이라도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아본 사람은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들은 말한다. 강압, 회유, 협박, 반말, 심지어 폭행까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고. 자살로 항변하는 경우도 많고, 검사를 고발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내기도 한다. 최근 서울 동부지검에서 검사가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왜 이러나' 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과거보다 줄기는 했지만 무리한 수사는 여전하다. 검찰 조사가 왜 이대로는 안 되는지를 '상:끝없는 일탈'과 '하:변칙수사 논란'을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사기 혐의로 구속돼 수감 중인 S씨는 최근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서 "검찰에서 받았던 모멸감과 수치심을 떠올리면 치가 떨려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는 "벌레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면서 "검찰직원이 '입 냄새가 심하게 나니까 얼굴 저리 돌리고 얘기해'라는 말까지 했다"고 썼다.

작년 3월 인천지검에서 사기 혐의로 조사 받던 원모씨는 나이가 10살 넘게 어린 검사에게 쌍욕을 들었다. 검사는 "태도가 그게 뭐야?" "내가 뭐 당신 아랫 것이야?"라며 원씨를 다그쳤다. 원씨가 항의하자 K검사는 "나가, 이 ××놈아"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원씨는 "부당하게 구속될 것 같았다"며 녹음한 조사상황을 폭로했다.

2001년 인천지검에서는 또 다른 K검사가 뇌물 사건으로 최모씨를 조사하며 진술서를 구겨 입에 넣고 씹게 했다. K검사는 작년 11월 독직·가혹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해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를 폭행한 전·현직 수사관 2명도 함께 기소됐다.

2002년에는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조사 받던 피의자가 사망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폭행한 것이다. 또 2004년엔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향응 받는 장면을 '몰래 카메라'로 찍게 하고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검사가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검찰 수뇌부는 머리를 숙였다. "무리한 수사와 강압 수사를 없애겠다"며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여러 차례 홍역을 치르면서 검찰수사 과정의 고문·폭행 등 가혹 행위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늘 문제가 됐던 밤샘 수사도 많이 없어졌다. 그러나 폭언·모욕 따위의 '언어 폭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폭행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현대차 비리 수사 중 자살한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의 지인들은 "박 국장이 검찰에서 폭언과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 "당신이 부이사관 자격이 있는 사람이냐" "처남과 한방(감방)에 넣어 주겠다" 등의 위협적인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방식이 계속되는 것은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 관행과 무관치 않다고 법조계에선 지적한다. 물증이 없는 경우 자백을 받기 위해 모욕·강압·협박 수사가 생긴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7일 "수사 초기 피의자 등의 기(氣)를 꺾기 위해 굴욕감을 주거나 협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했다.

최근 불거진 서울동부지검 검사의 허위진술 강요 사건도 이런 검찰의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기존 수사 관행에다 '거물'을 잡으려는 수사 검사의 공명심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은 충격에 빠져 있다. 피의자가 범죄에 대한 진술을 추가해주는 대가로 혐의를 줄여주는 의미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이 종종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처럼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밀실에서 만든 검찰조서를 버리라"고 일갈했던 이용훈 대법원장의 말이 이번 사건으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검찰을 짓누르고 있다.

이런 검찰 수사 관행과 문제를 없애기 위해선 수사 기법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지적한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자백에 의존하기보다는 영상 녹화물 등으로 증거의 증명력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하지 말아야 할 언급과 넘지 말아야 할 선(線)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검사들을 교육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