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경제부 차장대우

‘중국이 이제 완전한 장사꾼 나라가 되었구나!’

베이징(北京)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시장(거래소)이 개설된다는 소식을 들은 첫 느낌이 그랬다.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오염 물질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사고판다? 어찌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런 시장이 실제로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성업 중인데, 이젠 중국에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 목적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오염 물질을 스스로 줄이게 만드는 것이다.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일인데, 시장 경제의 백미(白眉)라고도 할 수 있다. 기업 마인드와 ‘장사꾼 정신’이 얻어맞는 우리에겐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산화탄소 시장의 원리는 이렇다. 예컨대 모든 국가에 10t씩의 오염 물질 배출 권리를 준다. 그런데 어떤 나라든지 오염 물질을 배출하면 할수록 그 권리는 줄어든다. 권리를 다 써버린 국가가 오염 물질을 배출하려면 다른 국가에 돈을 주고 권리를 사서 써야 한다. 벌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가들은 스스로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도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정부나 국제기구의 직접 개입 없이도 자연스럽게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획기적 아이디어는 1960년대 말 캐나다 경제학자인 데일스(J. H. Dales)가 처음 정립했다. 당시 환경론자들은 “몸에 나쁜 것을 어떻게 거래하느냐. 공해에 면죄부를 준다는 것이냐”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1997년 국제 사회가 교토의정서를 채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국제적으로 규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구체화돼 2002년 런던 증권거래소에 최초의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이 개설되기에 이른다.

이 제도의 최대 장점은 바로 시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데 있다.

오염 물질 배출권 거래는 한 발 더 나아가 범세계적인 차세대 금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도 엄연히 시장인 만큼 시장 운영자는 수수료로 돈을 벌고, 거래하는 사람은 주식처럼 가격을 예측해 사고팔아 차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염 물질 배출권을 기초로 해서 선물·옵션 등 환경 관련 파생상품시장도 생겨나게 된다. 이 같은 시장을 유치할 경우 금융 허브로 가는 데 큰 추진력을 얻게 된다.

그래서 중국이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소를 설립한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일로 다가온다. 물론 이번 거래소 설립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유엔의 의지도 작용했지만, 실익이 없다면 중국이 동의했을 리 없다.

산업혁명은 장사꾼 나라에서 일어난다고 한다(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영국이 18세기 말 산업혁명을 시작한 것은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당시 영국의 자유방임주의적 분위기가 국민들에게 자유를 주었고, 그 결과 이 나라 국민들이 장사꾼이 되어 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도 정부 개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장사꾼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산업화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는 장사꾼(기업인)이 돈 번다고 지탄받고, 집권 여당의 경제통 의원들이 “경제정책이 시장으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졌다”며 탈당계를 쓰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장사꾼 나라 중국은 지금 새로운 산업혁명의 역사를 써 가고 있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가슴이 가위 눌린 듯 답답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