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받고 나니 사람들이 논술 학원에 다녔냐고 물어요. 사실 아닌데…"

서울 정의여고 2학년 박윤정(16)양은 작년 말 서울시교육청에서 주최한 '꿀맛 사이버논술 경시대회'에서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금상을 탔다. 논술학원을 한번도 다니지 않았다는 그의 글은 '3학년 못지 않다'는 호평을 받았다.

경시대회 제한시간은 2시간이었지만 1시간 30분 만에 여유 있게 글을 완성하기도 했다.

"논술 배우러 학원에 갈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는 그에게 '책'과 학교 수업으로 논술실력을 쌓는 비법을 들어봤다.

너 이거 읽어봤니?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마음이 맞는 친구들 3~4명과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한 것이 글 쓰는데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한다. 특별히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정해두지 않았다. 부담감이 생기면 오랫동안 이어갈 수 없기 때문. 한 친구가 "이거 읽어봤더니 재미있더라"고 하면 책을 다 같이 읽었다. 장르는 질리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나 '아버지들의 아버지'같이 과학적인 호기심을 콕콕 찔러 주는 소설은 친구들과 이야기 할 '거리'를 던져줬다. 인간의 기원(起源)을 찾아 떠나는 '아버지들의 아버지'의 등장인물을 보고 "너라면 어떻게 했겠니?"같은 질문을 서로 던졌다. 의견을 나누다 보니 혼자 읽을 때 들었던 의문도 없어지고 '퍼즐 끼워 맞추듯' 생각도 정리됐다.

"친구 중엔 목록을 채워나가며 '다독(多讀)'하는 스타일도 있는데 저는 읽고 싶은 책을 찾아서 말 그대로 '즐기면서' 읽습니다.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스타일을 빨리 찾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는 독후감도 '쓰고 싶은 생각'이 들면 자유롭게 생각을 정리하는 형식으로 썼다.

'논술'을 쓰기 시작한 것은 2학년에 올라와 시작한 '방과 후 논술 수업'을 통해서다. 일주일에 3일, 6명이 한 조가 돼 토론하고 글을 썼다. 숙제로 써 온 글을 놓고 친구끼리 먼저 토론하고 첨삭한 후 글을 고쳤다. 그 후 선생님께 일대일 대면 첨삭을 받고 마지막으로 글을 다듬었다. "학원에서는 '이런 제시문이 나왔을 때 이런 예를 쓰라'고까지 가르쳐 준다고 하더군요. 학교 선생님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토론을 유도해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해주세요." 빠른 시간에 학생의 생각까지 결정 해주는 학원 수업이 오히려 논술에는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친한 학교 친구끼리 토론하는 것은 생각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의견을 접하는 창구가 됐다. "한번은 '발상의 전환과 태도'에 대한 제시문이 나왔어요. 저는 무용시간에 본 '이사도라 던컨'이라는 무용수를 예로 들었는데, 친구는 '장영실과 세종대왕'의 예를 들었어요.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친구들에게 많이 배웁니다."

신문 스크랩, 생각 한 줄 쓰기

2학년이 되니 신문이나 TV 볼 시간이 없어졌다. 시사상식은 논술의 기본인데, 주말에 뉴스를 보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시사 이슈들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엄마가 해 주는 '신문 스크랩'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엄마가 해 둔 스크랩이 저를 기다려요. 화제의 기사, 사설, 논단 같은 것을 훑어 보듯 읽지요. 그 위에 생각을 한 두 줄로 써두기도 합니다." 신문을 읽고 생각을 간단히 쓰는데 10~20분 밖에 안 걸리지만 '짧은 시간에 생각을 요약하는 훈련'이 됐다.

그는 시간이 없어 고전을 읽는데 부담을 느끼는 학생에게 '독서평설(지학사)'을 추천했다. 어려운 고전을 적당한 양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돼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1년 째 정기구독 해 왔는데 특히 '시사문제'를 다룬 내용과 '책 소개 코너'가 논술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눈 여겨 본다"고 말했다.

통합논술 준비는 꾸준히

그에게도 '통합논술'은 아직 생소하다. 이번 겨울방학 학교 논술수업에서 '2007년도 대학별 수시모집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처음 접했다. 특히 문과이기 때문에 수리와 연결된 문제가 어려웠다. "연세대의 경우 삼각형의 무게중심과 빈부격차를 연결 짓는 문제가 나왔는데 당황했습니다. 수학과 관련된 제시문을 읽어본 적은 있지만 직접 수학문제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죠. 수학 선생님에게 수학적 개념과 사회영역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법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그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통합논술을 위해서는 남은 1년 동안 꾸준히 교과서 벽을 허물어 사고하는 훈련을 하고 관련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윤정양의 글쓰기 3단계

1. 개요 짜기

제시문을 읽고 전체 개요를 짠다. 400자 정도의 짧은 글은 특별히 개요를 짜지 않지만 1000자 이상의 글이면 개요가 필수. ‘예시’같이 단어를 써두지 않고‘예시로 ○○를 제시한다’같이 짧은 문장으로 쓰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고 글쓰기에 효과적이다.

2. 쓰기

도입부에 공을 많이 들인다. 전체 글의 느낌과 인상을 걱정하기 때문. 도입부만 결정하면 단번에 써내려 가는 편이다.

3. 퇴고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맞춤법 틀린 곳은 없는지, 비문(非文)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