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 지역 의사 2500여명과 간호조무사 2000여명은 6일 오후 2시부터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의료법 개악 저지 궐기 대회’를 열고 의료법 개정안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의사들은 자신들의 고유 권한인 투약(投藥)권을 빼앗는 내용이라며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해 왔다.
의사들은 “개악된 의료법 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단식과 휴진 투쟁을 벌여나가겠다”며 “의료법 개정에 앞장서는 국회의원이나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고 결의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사회 좌훈정(39) 홍보이사는 갑자기 의료용 칼로 길이 6㎝, 깊이 1㎝ 가량 배를 자해해 혈서를 쓰려고 시도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건강상 큰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인천 지역 의사들이 이날 오후 집단 휴진에 들어가면서 동네의원을 찾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환자들은 닫힌 의원 문을 두드리다 발걸음을 돌리거나, 환자들이 몰린 병원 대기실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오후 2시쯤 서울 서대문구 Y 정형외과를 찾은 전연옥(77·금천구 시흥동) 할머니는 "집에서 차로 30분이나 걸리는 길을 일부러 찾아왔는데 헛걸음질했다"며 허탈해했다. 전 할머니는 "정부에 못마땅한 것이 있으면 대화로 풀지, 환자는 어떡하라고 병원 문을 닫느냐"며 "오늘밤에도 무릎이 쑤실 텐데 어떻게 넘길지 캄캄하다"고 말했다.
딸을 업은 채 종로구 S소아과를 찾은 윤주연(32·여·종로구 내수동)씨는 "며칠 전부터 애(5)가 열도 심하고 기침이 멈추질 않아 휴가까지 내고 병원에 왔는데, 정말 너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애가 열이 심해서 계속 칭얼대는데, 직장 다니는 엄마 처지에 내일 다시 병원에 올 수도 없다. 늦게라도 기다렸다가 약을 타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3시 동대문구의 B내과에는 '의료법 개악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 참가에 따라 휴진한다'는 안내문만 붙은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감기에 걸린 아내를 데리고 온 오모(75) 할아버지는 "지난 토요일 진찰받을 때 의사가 화요일에 다시 오라 했는데, 아무 연락도 없이 문을 닫아 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내 동네의원 6916여 곳 중 21%(1440여 곳), 인천은 1268곳 중 8%(100여 곳)가 휴진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동네의원과 달리 큰 병원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져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같은 주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소속 의사들은 모두 정상 근무했고, 진료 차질도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