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시내에서 차로 20여분을 더 달렸다. 작고 조용한 마을인 파주읍 파주리에 올 해로 개교 101년을 맞은 파주초등학교가 있었다. 겉에서 봤을 땐 평범한 학교. 하지만 교문을 들어서서 잘 살펴보니 교사(校舍) 뒤편으로 독특한 박물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황덕순 교장선생님은 “작년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파주교육박물관”이라며 “4억6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니 신기한 볼거리들로 가득했다.
◆'뺑뺑이'를 볼 수 있어요=박물관엔 학교가 개교할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손 때 묻은 자료들이 고스란히 보관돼 있었다. '뺑뺑이 돌린다'는 말의 유래가 된 '중학교 학군 추첨기'는 물레처럼 돌며, 말린 색동 은행알을 한 개씩 내뱉었다. 6·25 전란 때 학생들이 들고 다니던 목욕의자 만한 휴대용 책상, 1970년 대 보리밥을 넣고 다니던 양은 도시락이 눈길을 끌었다. 지금은 60세가 훨씬 넘었다는 최모 할머니가 50여 년 전 초등학교 1학년 때 치른 받아쓰기 시험지는 유리 전시장 안에 고이 놓여져 있었다. 해방되던 해인 1945년이 찍힌 '농사짓기' 교과서는 당시 학생들이 무엇을 배웠는지 보여줬다. 명함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누런 육성회비 봉투를 보여주며 총무부장 박미영 선생님은 "옛날엔 가정형편이 어려워 이 봉투를 못 내 선생님에게 혼난 학생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런 자료들은 파주초등학교 선생님 20명 전원이 2005년부터 발 품을 팔아 동문들로부터 기증 받거나, 골동품 점에서 사들인 것들이다.
먼지 냄새 나는 오랜 자료뿐 아니라 40인치 PDP TV 3대에선 각종 안내영상이 흐르고, 3차원 홀로그램으로 파주초등학교의 역사를 볼 수도 있다. 작년 413명 전교생이 2020년 4월 1일 개봉 목표로 자신들의 소원을 적어 넣은 철제 타임캡슐은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체험 프로그램까지=작년 11월까지 유치원·초등학생과 주말 가족단위 관람객 등 총 2000여명이 박물관을 다녀갔다. 올해부터 경기도 교육청의 '지역사회와 연계한 주5일 수업제 활성화방안' 시범학교로 지정 받아 파주초등학교는 인근 역사문화시설 등과 연계한 견학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파주향교 및 조선 영조(英祖)의 딸 화평옹주묘, 신사임당·율곡 이이의 묘가 있는 자운서원(紫雲書院)과 연계한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인근 기무부대와 협의해 천막생활 등 전시(戰時)체험도 마련한다. 마을 별 풍속자료를 수집해 생활문화사 전시를 하기로 파주시 이장단과 협의 중이다. 이외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 난로에 데워 먹기', '감자·고구마·가래떡 구워먹기' 등 옛날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문의는 전화(031-952-4216)나 홈페이지(www.paju.es.kr)로 하면 된다.
◆학교 역사=파주초등학교는 1906년 4월 1일 '광흥학원'이란 이름으로 개교했다. 6·25 전쟁 때 교사 대부분이 불에 타는 등 아픔을 겪었지만, 1951년 부곡리 천막교실에서 34명 학생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 후 학생 수는 꾸준히 늘어 1964년엔 35학급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작년 97회 졸업생 84명을 배출하는 등 지금껏 이 학교를 거쳐간 학생 수는 1만6000여 명. 김혜숙 춘천교대 교수, 황재석 신흥대 교수, 조영증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센터장, 호영진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 탤런트 이진우 등 졸업생들이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