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가을, 독일의 생물학자 몰렉(Moulec) 부부는 희열에 들떴다. 멸종 위기에 처한 흰머리쇠기러기와 함께 노르웨이에서 독일까지 무려 1000㎞가 넘는 거리를 무사히 비행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후 8년간 이 아름다운 비행은 계속됐고, 비행 규모도 첫해 9마리에서 최근엔 100여 마리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몰렉 부부의 시도는 1990년대 후반 무렵에 시작됐다. 물새류의 일종인 흰머리쇠기러기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번식하여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겨울을 나는데, 1940년대 10만 마리에서 50년 뒤 불과 150마리로 줄어든 상태였다.

이 멸종 위기의 철새를 되살리기 위해 몰렉 부부는 노르웨이에 캠프를 차린 뒤 번식 중인 30쌍으로부터 알을 채취해 인큐베이터에서 부화시켰다. 조류는 둥지에서 알을 꺼내면 다시 낳는 습성이 있으므로 이렇게 인공부화 방식을 통해 새끼 기러기의 수를 늘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부화된 새끼들을 1000㎞ 이상 떨어진 독일로 이주시키려면 단단한 준비가 필요했다. 새끼 기러기는 부모를 따라 이주하는데, 어미 없이 인공 부화한 새끼들을 위해 몰렉 부부가 이 역할을 대신했다. 우선 어미 깃털과 비슷한 누런색 천으로 몸을 감싼 채 새끼들을 길렀다. 기러기 새끼가 물속에 들어갈 때는 직접 수영을 하며 대리모 노릇을 했다. 조류는 처음 들은 소리와 처음 본 움직이는 물체를 어미로 따르게 된다. 이 때문에 기러기가 알을 깨고 나오기 전부터 항공기 엔진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쇠기러기가 날기 시작할 무렵에는 초경량 항공기를 수상 보트에 매단 뒤 함께 비행하면서 물 위에서 새끼들을 날려보내는 훈련을 했다. 마지막 단계는 이 항공기를 몰아 기러기와 함께 독일로 무사히 돌아오는 일이다. 결국 몰렉 부부는 1999년 첫 비행에 성공했고, 지금은 매년 항공기 4~5대로 100여 마리를 옮겨오고 있다.

이 광경은 1996년 캐나다 기러기를 미국 버지니아주로 옮기는 영화인 '아름다운 비행'의 장면과 유사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몰렉 부부도 이런 시도를 하게 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몰렉 부부의 이 비행에 많은 후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후원자가 되면 초경량 항공기에 기러기를 데리고 나는 멋진 경험도 하고, 멸종 위기의 조류 복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야생동물의 흥미로운 습성, 행동 등을 알아보는 ‘동물의 신비’ 코너를 한국동물학회(회장 이봉희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함께 이번 주부터 격주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