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곤 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치어 죽는 야생동물의 숫자가 늘면서 로드킬(road kill)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로드킬 조사는 2001년에 이르러서야 실시된 것으로 파악된다.

네덜란드에서는 1989년부터 로드킬에 대한 배려가 이미 시작됐다. 1995년 9월부터는 국제적 논의도 본격화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서식처의 파편화, 기반시설 및 생태공학’에 관한 전문가 회의에선 많은 동물 종(種)이 죽는 원인의 하나로 로드킬이 지목됐고 이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되었다. 도로가 생태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하고, 서식처의 파편화를 줄이기 위해 야생동물 통로와 유도 펜스(fence)를 설치하고, 도로의 밀도와 네트워크를 결정하기 앞서 서식처의 생태적 등급을 감안하도록 했다.

이 권고에 따라,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로드킬에 대한 대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해 오고 있다. 영국의 쳐셔(Chechire) 지방은 ‘위름슬로우와 핸드포스’ 도로를 건설할 때 (1)연못을 포함한 습지자원에 미칠 직·간접적인 영향의 사전평가 (2)영향을 받게 될 1만1000마리의 양서·파충류를 이동시키기 위한 15개의 연못 조성과 12개의 연못 복원 (3)유도 펜스와 터널 조성 (4)도로공사 완료 후 모니터링 실시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로드킬에 대한 신빙성 있는 전국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전문가에 의한 체계적이며 일관성 있는 조사기법이 마련돼 있지 못하다. 반(反) 생태적인 도로계획과 설계기법이 적용되거나, 야생동물 서식처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도 미흡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CCTV 설치 등 과학적인 조사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아울러 전국 고속도로 및 일반도로를 대상으로 통일된 조사와 분석방법이 이용되어야 한다. 현재는 한국도로공사 조사방법과 전문기관의 조사 및 분석방법이 서로 달라, 조사결과를 서로 비교해서 분석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도로계획과 설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 추구에서 벗어나 다른 생물종과의 공존과 공진화(共進化)를 도모해야 한다.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의 서식처 파편화와 사망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고, 이를 배려하는 노선계획과 구조물 설계가 요구된다. 구체적으로는 생태다리와 야생동물 지하 이동통로, 유도 펜스, 구름다리, 속도 제어턱 같은 시설들이 설계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서식처 관리에는 로드킬뿐 아니라 장애물 효과(Barrier Effects)도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장애물 효과란 도로로 인해 동물들의 이동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개체이동의 감소는 한 서식처 내 혹은 서식처 간 개체의 교환과 번식을 막아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도로는 직선적인 성격 때문에 보호해야 할 생태자원을 파편화시키거나 고립시켜 야생동물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밖에 없다. 도로계획 및 설계에 있어서 야생동물을 배려하는 새로운 사고와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