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조기유학생들, 문제아를 리더로 만드는 외국 학교, 이 나라 저 나라 전전하는 ‘조기유학 떠돌이’, 무너진 가정 해체…. 본지가 지난 27일부터 연재한 교육시리즈 2부 ‘조기유학 엑소더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포털 사이트에는 주요 기사로 올라갔고, 수많은 댓글이 달려 화제를 모았다. 30일 오전 11시 조선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학부모, 교사, 유학원 관계자들이 모여 이번 시리즈를 정리하는 난상토론을 벌였다.

◆조기유학 엑소더스 어느 정도인가.

―조기유학을 가는 연령대가 낮아졌다. 예전엔 중·고생이 많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유학원을 시작한 6년 전만 해도 조기유학은 극히 일부 학부모만의 특권이었다면, 지금은 웬만하면 다 유학 보내려고 하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에만 바람이 부는 게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강북 번동까지 조기유학 바람이 불고 있다. 3년 전만해도 한 학교에 1~2명 나갔다면 지금은 한 반에 2~3명이 나간다. 월 100만원 안팎에 조기유학 보낼 수 있는 동남아나 피지로 많이 보낸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 수성구는 대구의 '대치동'이라 부를 만큼 교육열이 뜨겁다. 엄마들 열 명 중 5~6명꼴로 조기유학에 관심이 많다.

―방학 때가 되면 어학 연수를 위해 아이를 해외로 보내는 엄마들이 한둘이 아니다. 주변에는 미국 공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엄마가 학생비자를 얻는 경우도 있고, 언제든 조기유학을 보낼 수 있도록 영주권을 신청해 준비하는 엄마들까지 있다.

누가·왜 떠나나 - 사교육비도 비싸고 영어는 이제 필수… 초등학생이 대부분

▲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에서 학부모, 교사, 유학원 관계자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은문수(49), 김현숙(여·44), 강채숙(여·37), 임욱선(47), 김석환(40)씨.

◆왜 이렇게 많이 떠나는가.

―글로벌사회에서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도 조기유학을 원했다. 영어도 배우고 선진국에 대한 문화 체험을 하면 생각의 폭도 넓어질 것 같아서였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하는 한국 교육이 원인이다. 우리 애는 과학과 수학을 잘해 과학고나 부산영재고에 가고 싶어했지만 체육 성적이 너무 안 좋았다. 과학고는 전 과목을 내신에 반영하기 때문에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싱가포르에 보내니 체육은 ‘패스’(통과)만 하면 되더라. 아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수학·과학을 집중해 공부한다.

―국내에서 아무리 영어를 공부해도 안 되는 걸 부모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국내 영어유치원은 너무 비싼 데다 ‘일단 외국으로 나가면 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고, 실제 1~2년 다녀오면 영어 실력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국내 초등학교에서 외국처럼 영어를 교육시킬 환경을 찾기 어렵다.

◆한국 교육, 뭐가 문제인가.

―공교육이 실패한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창의적인 교육도, 개개인에 맞춘 특성화 교육도 전혀 안되고 있다. 그렇다고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물론 예외도 많겠지만 학생들에 무관심한 교사들도 있다. 어떤 중학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너희 이거 학원에서 다 배웠지’라며 가르쳐야 할 부분을 그냥 넘어간다. 그러니 학교에선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학원에 가서 밤 10시, 11시까지 공부하는 것이다.

―과목 수가 너무 많다. 중학생은 과목이 13개인가 되는데, 과목마다 수행평가를 해야 하니 이걸 어떻게 다 해내는가.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초등학생 둘의 사교육비에 드는 돈이 월 230만원이다. 모두가 선행학습 한다고 난리다. 영재반 다니려면 2~3학년치를 앞서 공부해야 하는데, 이게 무슨 영재교육이냐.

만족하나? - 2년 투자해 효과커… 귀국후 부적응 있고 떨어진 가족은 고통

◆조기유학 보낸 것에 만족하는가.

―아이가 2년 조기유학 다녀 왔는데 확 달라졌다. 전에는 엄마 일을 하나도 안 도와줬는데, 갔다 오더니 설거지도 하더라. 예의 바르고 책임감도 커진 것 같다.

―교장·교사가 거의 매일 애한테 와서 학교 수업이 어떠냐,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작년에 너무 고마워서 커피 머그잔을 사 가지고 주려고 했더니 이러면 안 된다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한국을 대표하는 탈을 보냈더니 그걸 학교에 전시했더라.

◆조기유학 문제는 없나.

―기러기아빠가 되니 외롭고 초기 몇 달은 힘들더라. 지금도 가족이 많이 오는 식당은 잘 안간다. 단란한 모습 보면 더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술을 안 먹으려고 운동 등 스케줄을 빡빡하게 짠다.

―학교에서 보면 조기유학을 다녀 온 아이들의 학교 부적응이 심각하다. 조기유학 했던 현지 공부 환경을 계속 동경하고 다시 나가려고 한다.

―현지에서 방탕해지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무조건 보내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조기유학이 꼭 필요한지, 아이가 정말 원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조기유학으로 부부가 떨어져 지내다 가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이 공부뿐 아니라 부모의 삶도 중요한 것 아닌가.

◆조기유학 막을 방법 없나.

―사립인 서울 영훈초등학교의 영어 교육에서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교사가 한 반에서 함께 가르친다. 이러니 누구나 영훈초등학교에 가고 싶어한다. 정부가 이런 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 학부모 입장에선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려고 야단인데, 정부가 공립 초등학교들을 사립학교 수준으로 만들면 되지 않는가. 사립 초등학교는 학비가 비싸지만 내용이 좋으면 그 정도 부담은 감수할 수 있다.

―중·고교생의 유학 수요를 그나마 억제하는 것이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다. 당연히 학부모들이 이곳에 자녀들을 보내고 싶어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학교의 설립을 막으려 하고 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하는데, 그럼 조기유학 가서 돈 쓰는 건 상관 없다는 말이냐.

난상토론 참석자

·김현숙(44): 서울 개원초등학교 교사

·강채숙(37): ‘미국유치원 캠프, 250만원 정복기’ 저자(초등학교 1학년 딸과 유치원 아들 둔 엄마)

·김석환(40): 토피아유학원 원장

·은문수(49): 기러기아빠(아내와 초등학교 5학년 아들,4학년 딸 싱가포르 조기유학중)

·임욱선(47): LG전자 디지털스토리지 연구소 책임연구원(2003년 초등학교 6학년 아들 2년간 캐나다 조기유학. 현재는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캐나다 조기유학중)

▲ 1일자 A6면 조기유학 엑소더스 난상토론 기사와 관련, 과학고 입시에는 전 과목이 아니라 국·영·수·과학 등 특정과목 성적만 반영되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