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carnival·사육제)의 시즌이 왔다. 다음달 20일 상파울루와 리우, 살바도르 등 브라질의 주요 도시에서 치르게 될 삼바(Samba) 경연(競演)을 앞두고 각지의 삼바 스쿨과 주민들이 벌써 열띤 연습에 돌입했다.

상파울루의 서민 주택가인 상빈센치 거리. 실외 스피커에선 삼바 리듬이 요란하다. 28일 오후 백발 노인부터 어른들 손에 매달린 아이들까지 이곳 237번지 낡은 2층 건물로 들어갔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77년 역사의 명문 삼바 스쿨 '바이 바이(Vai-Vai)'다. 교내에 전시된 큰 북에 그려진 별 12개는 역대 우승 횟수를 말해준다.

큰 강당 같은 건물 안에는 축제 때 입을 의상을 고르는 사람, 춤 동작을 연습하는 사람 등으로 북적댔다. 2층에선 녹색 PET병을 가지고 이동식 무대 차량을 꾸밀 풀잎 장식을 만들고 있다. 올해 행진 주제로 삼은 '재활용' 정신에 맞게 폐품을 소재로 택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주민들이 걸친 티셔츠에도 재활용을 뜻하는 삼각 화살표 모양이 그려져 있다.

학교 밖 가로등 밑에선 삼바 행렬의 ‘꽃’인 늘씬한 ‘파티스타’들이 모여 춤 연습에 열심이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표정들은 밝았다. 안무 코치인 카를라(32)씨는 “축제 당일엔 비키니를 입어야 해 몸매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고 했다. 금융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다는 헤나타(35)씨는 “퇴근 후 승용차를 몰고 와 늦게까지 연습하지만 피곤한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느 새 학교 밖 동네 어귀까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아기 손을 잡고 온 여성,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 몸매의 선을 한껏 드러낸 남녀 젊은이들…. 모두가 크고 작은 몸짓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다. 이윽고 지휘자의 호각 소리와 함께 행렬 앞쪽에 있던 바테리아(고수·鼓手)들의 손동작이 빨라졌다. 주민들도 주제가를 따라 부르며 행진을 시작했다. 이 지역 사람들에게 삼바 카니발은 ‘축제의 장(場)’ ‘화합의 마당’이었다.

카니발을 ‘광란의 파티’라 부르는 것은 반라(半裸) 무희(舞姬)들의 현란한 동작과 군중들의 무질서해 보이는 모습 탓이리라. 그러나 실제로 이날 행렬 리허설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사려 깊고 조직적임을 알 수 있다. 어린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행렬 안쪽에 위치해 ‘보호’돼 있고, 노인과 아이들 행렬 순서도 정해져 있다.

노래 가사도 매우 ‘이성적’이었다. “플라스틱은 주변에 너무나 넓게 퍼져 있어. 분해하기 어려운 쓰레기와 오염을 만들어내곤 하지. 어머니 자연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마음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요청하자…” 가사는 ‘대지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자연 파괴’를 경고했다.

이윽고 500여m 거리를 왕복 행진하고 마지막 장단이 끝나자 모두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온몸이 땀에 젖었지만 모두들 옆사람을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시계는 벌써 11시를 훌쩍 넘었다. “어때요. 이게 바로 삼바축제이자 브라질의 열정입니다.” 맨 뒷줄에서 행진을 끝낸 제이크스(38)씨가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