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오케스트라 두 곳이 집 없이 방랑하고 있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끌고 있는 서울시향과 임헌정이 음악 감독을 맡고 있는 부천 필하모닉. 두 교향악단은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전용 콘서트홀을 추진하다가, 도중에 그 계획이 ‘미궁’에 빠져버렸다.

서울시향은 당초 2009년까지 한강 노들섬에 콘서트 홀을 짓기로 했지만, ‘오페라 하우스 건립’에서 ‘문화 콤플렉스 건립’으로 조성 계획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콘서트 홀 완공 일정은 2013년쯤으로 미뤄졌다. 이 때문에 정명훈 예술감독은 최근 “노들섬 콘서트 홀 건립이 늦어진다면 그 이전에 시민 접근이 편리한 서울시청 신청사에 콘서트 홀을 함께 짓는 것이 어떻겠냐”고 서울시에 건의했지만, 아직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부천 필하모닉도 국내 교향악단 가운데 처음으로 2009년 6월까지 전용 콘서트 홀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부천시는 원미구 춘의동 부지에 예산 1300억원을 들여 2008년쯤 착공하면 2010년 12월쯤 완공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그린벨트 해제 등 난제가 적지 않다. 부천 필하모닉은 작곡가 말러(1860~1911)의 탄생 150주년(2010년)과 사망 100주기(2011년)에 맞춰 의욕적으로 연주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콘서트 홀 완공 시기를 확정 짓지 못해 애 태우고 있다.

서울시향은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부천 필하모닉은 부천시민회관에서 주로 연주회를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오페라·뮤지컬부터 각종 행사까지 소화하는 다목적 홀은 오케스트라 공연에 적합한 용도로 짓는 콘서트 홀과는 음향·시설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부천 필하모닉 관계자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도약을 위해서는 전용 콘서트 홀을 문화 명소로 만들어서 관객을 끌어들이고 다시 연주자의 의욕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