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외신 기사가 있었다. “25세에 세상을 어둡게 보면 평생 염세주의자가 되고, 그 나이 때 세상을 밝게 보면 낙천주의자로 남는다.” 통계에 바탕을 둔 어느 과학자의 이 통찰은 경험상 맞다.

영국 런던대학에서 환경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파리에 있는 OECD 본부에서 환경 연구 분야 일을 하던 스티비 스미스는 25번째 생일을 앞두고 심각한 회의에 빠졌다. 인생의 3분의 1지점을 맞으며 “도대체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란 고민에 든 것이다. 그 때까지 스티비가 하루도 빠짐 없이 목격한 것은 “사로잡힌 삶, 반쪽인 삶, 결코 오지 않을 충만의 신기루에 매달리는 삶들 뿐”이었다. 그가 가장 두려워 한 것은 “묵묵히 사회에 순종하는, 둔감하고 평범한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진정한 내 인생’을 그는 살고 팠다.

그래서 세계 일주를 계획하고는 대학 친구인 제이슨에게 동행을 제의한다.

“그런데, 생판 몸으로만 때울 거거든. 육지에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바다에서는 노를 젓거나 페달을 밟고, 어때?”

“그러지 뭐.”

본격적인 스포츠는커녕 텐트 한번 쳐본 적 없고, 자전거를 5㎞ 이상 타본 적도, 바다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조차 없는 이들은 “고통을 늘릴 이유가 없다”는 ‘명쾌한’ 이유로 사전 훈련도 없이 1994년 11월 7일 페달 보트와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고 유럽에서 북미까지 여행을 떠나 1999년 5월 6일, 동력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힘만으로 지구를 돈 첫번째 여행자가 된다.

이 책은 영국 그리니치→도버 해협→센 강→파리→오를레앙→지앵→스페인→포르투갈→대서양→미국 횡단→태평양→하와이로 이어진 기나긴 여정의 기록이다. 강철같은 의지와 불굴의 신념? 그런 거 없다.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바다로 나가기 전날 밤에는 반드시 술판을 벌이고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며 페달을 밟는다. ‘대장정’의 첫날 출발 5분 만에 길을 잃어버리는가 하면 자동차 전용 다리를 굳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체포되기도 한다. 오랜 항해로 생긴 염증을 바늘로 찔러 고름을 빼내는 나날이었다. 그러나 배에서 떨어져 빠져 죽을 뻔한 것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한 것은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이었다.

이들은 빨래를 늦게 걷은 걸 놓고 죽기살기로 싸우고,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덜 페달을 밟으려 갖은 핑계를 댄다. 둘은 그러나, 가장 소중한 걸 경험하게 된다. 가족, 한 줄기 바람, 물 한 모금, 낯선 이가 주는 도움, 지는 해의 아름다움, 작은 친절, 사소한 일상, 죽음과의 대면, 현재를 즐기는 것, 이런 것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런던 사무실에 죽치고 있었다면 눈을 감는 순간까지 몰랐을, 이런 것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것이다.

이들이 몸을 맡긴 보트의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해탈’ ‘자유’를 뜻하는 ‘목샤’였고, 25~30세를 지나며 이들은 진정한 자유의 한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당신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