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열 뉴델리특파원

사진보다 그 사진에 대한 설명이 더 재미있었다. 지난 21일자 인도 유력지인 ‘더 힌두’의 1면에 실린 사진 기사 얘기다. 45일 동안 7000만명이 모인다는 세계 최대 종교행사인 ‘쿰브멜라’에 참석한 우트라푸라데시(UP)주(州)의 야다브(Yadav) 주지사가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한 후 두 손에 강물을 담은 채 기도를 드리는 장면이었다. 사진 제목은 ‘정치(Politics)와 종교(Faith)’. 사진 설명은 이랬다. “기자들이 주지사에게 ‘권력을 계속 잡게 해달라고 기도했느냐’고 묻자, 주지사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답했다”. UP주는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부정부패와 무능으로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다.

‘쿰브멜라’는 눈으로 직접 봐도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규모의 종교 행사다. 여의도 10배 면적의 강변 모래사장에 천막만 5만개, 화장실이 2만5000개가 들어선다. 이것도 태부족이라 사람들은 곳곳에 널브러져 자고, 주변은 언제든 공중화장실로 변신한다. 가장 길일(吉日)이었던 지난 19일에는 하루에만 2000만명이 몰렸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찾아 그렇게 몰려드는 걸까.

현장을 찾은 기자가 그 거대한 모래밭에서 본 것은 범람하는 강물도, 구름 같은 인파도 아니었다. 그것은 수백, 수천㎞를 달려온 민초(民草)들의 애절한 소망이었다. 갠지스강에 온통 넘쳐 흐르는 것은 자신과 가족이 윤회의 사슬을 벗어나 행복을 찾게 해달라는 소망들이었다. 데오라야란 동네에서 기차로 14시간을 달려온 가우리 샨카(40), 카슈미르에서 24시간 만에 도착한 라지쿠말(51), 시바신(神)을 신봉한다는 칠순의 할머니…. 그들은 차디찬 강물에 몸을 담근 뒤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일해도 하루 1달러(900원) 벌기가 빠듯한 이들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십 년을 한결같이 기도해왔다. 결국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오늘도 고통을 인내하며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문득 묘한 슬픔이 밀려왔다.

하지만 쿰브멜라를 지켜보며 슬픔은 곧 이해로 바뀌었다. 쿰브멜라의 핵심은 현세(現世)보다 내세(來世)에 있었다. 종교는 현재의 고통이 아무리 힘들어도 즉각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이를 이겨내는 지혜를 알려주는 것으로 인간의 고통을 승화시킨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쿰브멜라를 찾고, 가난하고 힘든 사람일수록 종교에 더 귀의하는지도 모른다. 이게 ‘종교의 나라’ 인도를 움직이는 원리란 생각도 들었다.

인도 신문 1면 사진은 이런 종교의 세계에 모습을 나타낸 세속 정치인의 부조화를 표현한 것이다. 정치와 종교. 근대 이후 둘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정치에는 미래의 청사진이 필요하지만 중심축은 현재의 문제 해결에 있어야 한다. 정치는 역사의 평가도 받지만 늘 선거를 통해 그때그때 심판을 받는다. 최근 우리 정치에 부쩍 ‘1000년’ ‘100년’ ‘20년’ 같은 용어들이 난무한다. 미래 비전을 포기하란 말이 아니다. 다만 정치가 현실의 문제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나를 믿고 참으라.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고 외친다면 이건 종교의 영역으로 가는 것이다. 신흥 종교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면 정치의 장(場)엔 신앙으로만 가득 찬 제사장(祭司長)이 아니라 현실적 능력을 갖춘 ‘진짜 정치인’이 리더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