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민간기구인 세계경제포럼(WEF)이 개최하는 제37차 다보스포럼이 24일부터 스위스 스키 휴양지인 다보스에서 개막됐다. 행사장인 시내 콩그레스 홀(Congress Hall)은 물론, 시내 전역에 헬리콥터와 경찰 5000여명이 배치돼 다보스는 ‘눈 덮인 요새’처럼 변했다.

포럼 참석자는 앙겔라 메르켈(Merkel) 독일 총리를 비롯한 24개국 정부 수반과 800여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학자, 시민운동가 등 2400여명. 참가 기업의 총 매출액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인 10조 달러에 달한다.

올해의 주제는 국제정치·경제의 ‘권력 이동 방정식(The Shifting Power Equation)’. 메르켈 총리는 24일 개막 연설에서 “세계화가 전 인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중국·인도·브라질 등과 함께 무역 불균형 등 세계적 빈부격차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힘의 이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 경제의 이동 현상, 중동분쟁·대량살상무기·에너지의 무기화 등 지정학적 위험 증대, 기업의 세계화에 따른 경영 전략 변화,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에 대해 집중 토론이 이뤄진다. 또 �소비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싱글 이코노미(독신경제)’에 관한 토론 �‘웹 2.0’ 시대에 잘못된 정보·소문이 빚을 수 있는 부작용과 위기를 생각해 보는 ‘인포데믹스(infodemics·정보전염병)’ 세미나 등도 마련됐다.

클라우스 슈바프(Schwab) WEF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터넷 사용자가 20억명에 달할 정도로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다”면서 “과거 수직적 권력 구조가 수평적 권력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나 국가가 수평적 권력 구조에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년 다보스 포럼 공동의장인 네빌 이스델(Isdell) 코카콜라 회장도 이와 관련, “기업의 브랜드가 유튜브(YouTube)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결정되는 세상”이라면서 “기업이 과거처럼 브랜드를 컨트롤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참석한 각계 지도자들은 미래와 관련해 경제에선 낙관적이었지만, 환경오염·테러 등에선 비관적이었다. 갤럽 조사에서 참석자들은 ‘다음 세대의 세계’가 더 번영하지만(65%), 지금보다 불안해질 것(61%)으로 내다봤다. 또 미 회계·컨설팅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이번 포럼에 맞춰 24일 발표한 CEO 1100명 여론 조사에서도 90%가 앞으로 12개월 동안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슐린 칼미레이(Calmy-Rey) 스위스 대통령과 수전 슈워브(Schwab)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을 놓고 토론한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하메드 엘 바라데이(El Baradei) 사무총장은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해 토론자로 나서고, 서울대 경영학과 조동성 교수가 사회를 맡은 ‘한중일-새로운 권력의 중심’ 세미나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지역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의외’의 행사도 있다. ‘왜 뇌는 잠을 자는가’라는 세미나에선 8시간 미만의 수면이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를 따진다. 마거릿 대처(Thatcher) 전 영국총리는 4~5시간 자는 게 좋다고 했지만, 이 세미나는 잠을 적게 자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