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가족 9명이 작년 10월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이 알선한 중국인 민박집에 투숙했다가 체포돼 전원 北送북송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군포로 가족들은 작년 7월 무렵 남측 가족들의 도움으로 脫北탈북했다고 한다. 이들은 그후 3개월 동안 독자적으로 숨어 지내다가 영사관에 인계됐고, 영사관은 이들을 영사관 인근 민박집에 묵게 했는데 바로 다음날 중국 공안들이 그 집을 덮쳤다. 국군포로 가족들은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그중 국군포로의 長장손자라는 한 청년은 어머니와 함께 탈북한 다음 인신매매, 중국 감옥, 북송, 북한 감옥, 재탈북의 모진 삶을 이어 왔다. 그는 체포 前전 쓴 편지에서 ‘할아버지 고향에서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지만, 그의 이 작은 희망은 대한민국 영사관 문 앞에서 절망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지금껏 이 일을 쉬쉬 해왔다. 선양영사관 직원들은 포로가족 사건이 터진 지 다시 두 달 뒤인 작년 12월엔 납북 어부 최욱일씨가 전화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자 “누가 내 전화번호를 알려줬느냐”고 되물어 公憤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과 북한 간의 특수관계나 중국을 움직이기 어려운 국력의 한계를 모르는 게 아니다. 중국이 북송 후 탈북자들의 운명에 대해 관심도 없다는 사실도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는 ‘국군포로와 그 가족은 일반 탈북자가 아니다. 신변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한다’던 방침대로 대처해 왔다고 국민 앞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정부는 납북자와 탈북자를 대할 때면 마치 귀찮고 골치 아픈 문제를 만난 듯한 표정이다. 대통령이 요즘 개헌에 갖는 관심의 10분의 1이라도 납북자·탈북자 문제에 신경을 썼다면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탈북자를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크게 바뀌었겠는가. 만약 대통령이 “국군포로 문제를 소홀히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데도 선양 총영사관 직원들이 국군포로의 救命구명 전화를 귀찮다는 듯이 응대했겠는가. 국군포로 가족들이 그 넓은 중국 땅에서 몸 하나 누일 곳을 찾지 못해 영사관을 찾아 왔다 바로 다음날 체포돼 정치범수용소에서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맞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