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보잉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전용기 도입 예산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의 제임스 맥너니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맨날 보잉사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데… (대통령) 전용기를 사자고 했더니 국회에서 (예산을) 깎아 앞으로 전세기를 더 타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전용기 예산 전액을 삭감한 국회의 결정을 미국 항공기 제조사 회장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맥너니 회장에게 “내가 전용기를 사자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대통령을 위해서인데, 국회에서 (예산을) 깎았다”고 설명했다. 맥너니 회장은 이에 대해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정부는 현재 2008년까지 1900억원을 투입해 전용기 1대를 도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2007년 전용기 도입 예산으로 300억원을 요구했으나 지난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한나라당은 당시 “정권 말기에 새로운 군수 물자를 도입할 경우, 선정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오갈 우려가 있으니 차기 정권에서 추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고, 열린우리당도 이 같은 논리를 수용했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이달 초 “전용기 도입은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국익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면서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인 한국 정부의 전용기는 국가적 위상에 어울리지 않으며 전세기를 빌리는 것보다 새로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현재 운영 중인 대통령 전용기는 지난 1985년 도입된 낡은 기종으로, 탑승 인원도 40명밖에 되지 않고 항속 거리도 짧아 국내와 중국·일본 밖에 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알려진 뒤, 네티즌 사이에선 굳이 대통령이 국회 결정에 대한 불만을 보잉 회장에게 직접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