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보〉(184~192)=워낙 조심성이 많아 신중함의 화신으로 불리던 사람이 실수를 했다. 이 경우 완벽을 기했음에도 나온 실수는 실수 아닌 실력의 문제로 봐야 할까? 아니면 마지막 한 치의 신중함까지 지켜내지 못한 데 대한 경솔함을 나무라야 할까.

백의 승리가 확정적인 국면. 이때 그토록 신중히 두어오던 백에게서 실착이 튀어나왔다. 184로 참고 1도 6 이후 ‘가’였으면 백이 덤 없이도 좋았을 형세. 185, 187로 찔러가자 갑자기 심상치 않아졌다. 190으로 참고 2도는 중앙 흑이 살아가므로 이 수가 최선. 그러나 이번엔 흑 191이란 망착(妄着)이 등장한다. 191로 192에 단수쳐 연결한 뒤 최선으로 마무리했다면 불리하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었다는 결론. 그 수순을 마음속에 그리며 계가에 몰두하던 이창호의 손이 10여 수를 생략한 채 덥석 191에 놓인 것. 후야오위가 놀란 표정으로 몇 차례 확인 후 192에 두자 이창호가 찡그린 채 돌을 거둔다. 집중력 실종. 이창호 바둑에선 좀체 드문 피날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