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초등학교 태권도 시범단 어린이들이 힘찬 발차기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정경열기자)

탤런트 김혜수, 댄스 가수그룹 동방신기의 믹키유천, 아주대 화학과 김승주 교수, 일산현대의원 김성철 원장, 전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 이은영….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서울 미동초등학교 태권도 시범단 출신이다. 올해로 개교 111주년을 맞은 이 학교의 태권도부는 3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계명대 교수인 이규형(59) 사범이 1973년 군 제대와 함께 학교에 부임, 겨루기 시합 등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보다 기본 동작과 격파 수련이 인성교육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학교측에 건의해 시범단을 만들었다.

지난 8일 오후 미동초등학교 실내체육관. “작은 재민이! 발차기가 왜 그래? 한 주 쉬는 동안 너무 많이 먹었구나.” 백상민(44) 사범의 호령이 쩌렁쩌렁하다. 조금 전 “새해 복 많이 받고, 방학 중에 부모님 많이 도와드리고…” 하던 부드러운 목소리는 온 데 간 데 없다. 작은 재민이보다 1학년 위인 큰 재민(5학년)이는 괜스레 움찔한다. 어린이들의 얼굴에선 어느새 장난기가 싹 가셨다.

연습에 참가한 24명 중에는 자칭 ‘7학년생’도 있었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신지나양. “건강에도 좋지만 공부 집중력에 도움이 돼 계속 나오고 싶다”고 했다. 동생 유나(4학년) 역시 시범단 맨 앞줄 가운데 서서 힘찬 발차기를 하고 있었다.

“조장들은 창문 좀 열어줄래?” 키가 큰 단원 몇몇이 부리나케 뛰어간다. 시범단은 상황에 따라 4~7개조로 나뉘어 6학년이 조장, 5학년이 부조장을 맡는다. 단원 후보도 사범이나 교사들이 뽑지 않는다. 조장·부조장들이 스스로 평가위원회를 구성, 후배들을 선발한다.

선배들은 후배들의 평소 학교생활까지 보살핀다.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보다 더 성화다. 학교측은 지난주부터 학습자료실에 시범단 공부방을 열어줬다. 외부 강사를 초빙, 월·수·금요일에는 수학과 영어, 화·목요일에는 국어와 영어를 가르친다. 연습시간 전까지 매일 낮 12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공부를 한다. 이때도 조장·부조장들은 같은 조 하급생들을 돌봐준다.

미동초등학교 시범단은 스포츠 외교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서울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사마란치 당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태권도 시범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때 사마란치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시범단원이 김혜수였다.

스위스 로잔 IOC 본부 등에서 해외 공연을 펼쳐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도 힘을 보탰다. 1999년 방한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직접 미동초등학교를 방문했고, 2002년 남북한 태권도 시범단 상호 교환이 이뤄졌을 때 북한 단원들도 이 학교를 찾아 시범을 관람했다.

지난해에는 태국 어린이날에 태국 정부 초청으로 현지를 다녀오고, 페루 대통령 부인이 국기원을 방문했을 때 시범을 보이는 등 매년 40여 차례 국내외 국제행사에 시범 초청을 받고 있다. 사범이나 단원들은 “태권도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태권도를 통한 교육 목표”를 실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