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ubiquitous·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 시대가 오더라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단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제한 없이 접속 가능한 네트워크 환경에 힘입어 관계가 끝없이 확장될 수 있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새로운 디지털 환경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고 해도, 그것이 단절이나 고립과 같은 파격적인 모습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학계에서 나왔다. 김유정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한 연구서 ‘디지털 촌수, 변화하는 인간관계’(삼성경제연구소 刊)를 통해 “기술이란 우리의 인간관계를 좀더 광범위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활용될 뿐, 기본적 인간관계를 전위(轉位)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유비쿼터스 세상’이 ‘이동성’과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데 주목했다. 항상 누군가와 연결돼 있거나 연결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은 고립보다는 사회적 연결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환경이야말로 인간관계 지속에 필요한 근접성(closeness)과 친밀감(intimacy), 상호연결성(intercon nectedness)을 도와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때 개인은 공동체와 결별해 혼자 선 노마드(nomad·유목민)의 상황이다. 따라서 관계 형성에 스스로가 주체가 돼야 하고, ‘나 자신’이 구축하는 관계망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치고 달리기(hit-and-run)’식 인간관계가 만연하면서 수많은 단기적인 관계들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교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영역은 확장됐지만 개인이 향유할 수 있는 일차적 인간관계 영역은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유비쿼터스는 기계를 매개로 예전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화를 지양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며 김 교수의 의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