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생이니 올해로 아흔을 넘겼다. 이집트에서 태어난 유태계 영국인 홉스봄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다. 19세기를 다룬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와 소련이 무너지기까지 20세기 역사를 다룬 ‘극단의 시대’같은 그의 주요 저서들이 모두 국내에 번역 소개됐을 정도다.
홉스봄은 자신이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밝히지만 정작 그의 책은 소련에서 판매금지를 당했고, 유럽의 공산주의자들로부터도 비난을 받았다. 어느 한 집단의 일체감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 역사를 혐오하기 때문이다. “흑인을 위한 흑인의 역사, 동성애자를 위한 동성애자의 역사, 자기 중심의 민족사나 국민사 등 오로지 그 집단을 위해서만 씌어진 ‘끼리끼리 역사’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에서 어느 정도 탈피했다 하더라도 역사로서는 함량미달이다.”
자서전이란 개인의 기록이지만 시대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평생을 역사학에 바친 노(老)학자는 20세기 정치사 속에서 개인사를 전개하고 영국과 미국,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여러 나라의 정치와 문화를 이야기한다. 원제는 ‘Interesting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