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벨로루시 사이에 벌어진 에너지 분쟁의 불똥이 유럽으로 떨어졌다. 벨로루시를 지나는 러시아~유럽 송유관을 관리하는 러시아의 국영 트란스네프트는 9일 벨로루시측이 러시아산 원유를 불법적으로 빼돌려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7일 밤 이후 독일과 폴란드로 오는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중단되자〈본지 1월 9일자 A21면 보도〉 유럽연합(EU)은 8일 성명을 내고 “EU 국가들이 당장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와 벨로루시 양측에 신속한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독일은 130일분, 폴란드는 70일분의 원유 비축량을 갖고 있다.

◆러시아와 CIS 국가 불화에 유럽이 타격

유럽 에너지 위기는 근본적으로 유럽행 송유관을 손에 쥐고 있는 우크라이나·벨로루시와 공급원인 러시아가 갈등을 빚는 데서 비롯된다. 유럽은 2006년 말 현재 하루 1458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하는데, 이 중 25%인 581만 배럴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러시아 수입분은 모두 우크라이나(75%)와 벨로루시(25%)를 경유한다. 결국, 두 나라가 러시아와 에너지(가스·석유) 통과세 협상에서 분쟁을 빚을 때마다 서부·중부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소비국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관계 개선 전망도 밝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빅토르 유셴코(Yushchenko) 대통령이 2005년 취임한 이후 탈(脫)러시아 정책을 펴고 있다. EU로부터 ‘독재국가’라는 비판을 받는 벨로루시는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 중 러시아와 국가연합을 추진할 정도로 친밀했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가를 두 배로 올리자, 완전히 틀어졌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Lukashenko) 대통령이 “러시아는 마지막 친구를 잃었다”고 말할 정도다.

◆러시아, 유럽엔 “다른 루트로 공급 확대에 최선”

러시아는 벨로루시를 경유하는 드루쥐바(우호) 송유관이 아닌, 다른 루트로 유럽에 대한 석유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지도〉

국영 송유관업체 트란스네프트의 세묜 바인쉬토크(Vainshtok) 사장은 9일 “우선 프리모르스크 송유관(발트 파이프라인 시스템)의 수송량을 1일 최대치인 154만 배럴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프리모르스크 송유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최북단 항구도시인 프리모르스크까지 연결되고, 여기서 선박으로 폴란드·독일로 석유를 수송한다.

벨로루시와의 통과세 분쟁이 장기화하고 프리모르스크 송유관으로도 유럽의 수요를 충당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는 벨로루시~우크라이나~체코~헝가리의 남(南)드루쥐바 송유관을 통해 석유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남드루쥐바 송유관은 7일 밤부터 끊긴 북(北)드루쥐바 송유관에 비해 벨로루시 통과 구간이 100km 가량 짧아, 벨로루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