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한 전망 중 하나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버텨내면서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그렇게 전망하기 싫지만 확률적으로 가장 높다”고 말했다. 6자회담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유엔이 추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그런 상황을 가정, 벌어질 일을 구성해 봤다.

◆중국

중국 외교의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공산당 외사영도소조가 베이징 중심부인 왕푸징(王府井) 근처 안가에서 극비 회의를 연다. 다이빙궈(戴秉國)·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당·군·정 고위관계자, 학자들이 격론을 벌이지만 1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붕괴시킬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차단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북한은 2005년 원유 50만� 전량을 중국에 의존했다. 대신 중국은 북한을 격렬히 비난하는 외교부 성명을 내지만 북한에 치명적인 실질적인 조치는 쓰지 않는다.

◆미국

미국은 2차 핵실험 후 군사적 조치까지 가능한 유엔헌장 42조를 포함하는 결의안을 강력히 밀어붙였으나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상봉쇄와 교역 중단 가능성을 열어놓는 문구는 넣었으나 중국과 러시아는 해석이 다르다.

미국은 ‘중국과 한국이라는 두 구멍’(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이 있는 한 북한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부적으로 ‘레드라인’을 핵물질과 기술 이전 차단으로 설정한다. 세종연구소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 영토를 위협할 수 있는 운반수단을 가졌다고 판단할 때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지만, 중국의 대응 수위를 보고 현상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여야와 보수·진보세력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다시 격론을 벌이나 정부는 “우리 카드는 1차 핵실험 때 이미 소진됐다. 전쟁이 나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며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만 거듭 주장한다. “한국만이라도 유엔 제재에 전폭 동참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거세지만 정부·여당은 “전쟁하자는 거냐”고 일축한다. 차기 대선에 대한 관심, 긴장 상태의 만성화로 속수무책이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 주재로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각국 반응을 점검하고 2차 핵실험도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참모들은 단둥 원유 파이프라인은 이상이 없다고 보고한다. 김 위원장은 군부 쿠데타, 식량·생필품 사정 악화에 따른 폭동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지시한다. 제2의 ‘고난의 행군’ 준비 상황을 묻자 1990년대 중반은 식량 확보량이 300만t이하였지만 지금은 400만t은 넘어 아사자(餓死者·굶어죽는 사람)는 없을 것 같다고 보고한다. 미국이 레드라인을 핵 이전으로 설정했다고 보고하자 김 위원장은 “우리가 원래 핵 이전을 할 생각은 없었다”며 혹시라도 미국의 오해를 살 일은 하지 말라고 하고, 시간을 끌기 위해 2차 핵실험으로 중단돼온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하라는 지시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