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설헌 가족의 한달 공식 생활비는 연금으로 나오는 130만원이다. 박태후씨는 농촌지도소에서 20년간 근무하다가 20년이 되던 해에 스스로 그만두었다. 20년을 근무하면 그때부터 연금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연금이 나오면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을 것 아닌가 하는 배짱이었다. 그때가 1996년, 지금부터 11년 전인 나이 42세 때였다. 출퇴근에서 벗어나 전원에서 자기 삶을 온전히 즐겨보고 싶은 오래된 갈망이 이런 무모한(?) 결단을 내리게 하였다.
물론 주변에서는 모두 반대하였지만,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 전에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한번 해보고 싶은 염원을 어떻게 꺾을 수 있겠는가. 시골생활은 생활비가 별로 들지 않는다. 어지간한 먹거리는 자급자족이다. 전기, 전화, 각종 공과금만 들어간다. 체면유지비가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집에서 재배한 감, 배, 호두 등을 선물하면, 지인들은 답례로 쌀도 사오고 각종 생활용품도 사온다. 즐거운 물물교환이라고 한다.
문제는 딸 둘의 학교였다. 딸 둘 모두 3km 떨어져 있는 초·중학교를 걸어 다녔다. 걸어 다니면서 주변의 시골풍광을 보는 일도 지금 생각해 보니 좋은 공부였다고 한다. 시골이라 과외비는 들어가지 않았다. 딸들의 대학은 광주까지 버스로 40분 거리를 통학하고 있다. 딸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본인들 용돈에 충당하고 있고, 한번씩 들어가는 등록금은 박태후씨가 그린 그림을 팔아서 충당하기도 한다. 도시와 시골은 돈에 대한 환율이 다르다. 한달 13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걱정을 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