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 이지희 심판이사

“김연아는 ‘반짝 스타’가 아닙니다. 국제심판들도 세계 톱클래스로 인정하고 있어요.”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 심판으로 다녀온 이지희(44)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는 김연아에 대한 국제 무대의 평가를 이렇게 전했다.

이 이사는 1978~79년 피겨 국내 주니어대회 챔피언을 지낸 선수 출신. 현재 국내 유일의 싱글·페어부문 ISU(국제빙상연맹) 국제심판으로, 그랑프리 시리즈 2차·4차 대회에 이어 파이널까지 심판을 봤다. 김연아가 등장하면서 출전선수 국가의 심판이 참가해야 한다는 ISU 규정에 따라 ‘신분’이 업그레이드됐다.

피겨에선 점수를 매기는 심판의 판단력이 선수들의 순위를 좌우한다. 한 경기에서 잘했다고 쉽게 눈길을 주는 법이 없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선 규정종목인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다가 예술성 등 심판의 주관적 평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프리스케이팅 점수가 낮아 3위로 떨어졌다.

이 이사는 “연아의 연기에 다들 놀라워하면서도 점수를 야박하게 줬지요. ‘한번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표정들이었죠.” 국제 심판들은 김연아가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도 좋은 연기를 펼치자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연아의 풍부한 표현력에 아낌없이 점수를 주는 분위기였어요. ‘이 정도면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이었죠. 파이널에선 더 이상 신인으로 보지 않더군요.”

이 이사는 아직 스케이팅 같은 일부 기술적인 면에선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낫다고 평가했다. 대신 표현력에선 김연아가 세계 최고라고 했다. 이 이사는 “점프 같은 화려한 동작보다 스텝과 스핀 등 세밀한 연기가 중요하다”며 “김연아의 안정적인 연기 스타일이 더욱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