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서생’에는 주인공 한석규가 각종 체위를 상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숏버스(Shortbus)’의 시작은 이러한 상상을 단박에 실현시킨다. 한 게이의 자위 장면, 남녀 커플의 다양한 체위 장면 그리고 사도-마조히즘적인 섹스 장면이 시작과 함께 펼쳐진다. 그런데 이어지는 장면들이 세 장면에 속한 인물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토로하는 것이다. 실제 삽입 장면이 나오고, 다양한 섹스 장면이 펼쳐지지만 ‘숏버스’는 포르노가 아니라, 섹스에 대해 고민하는 영화임을 증명해 가기 시작한다.

그 점에 있어 ‘숏버스’는 현대판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톤의 대화편 중의 하나인 ‘향연’은 에로스를 둘러싼 참석자들의 다양한 해석과 논박이 오가는 저작이다. 그중에는 가장 유명한 것은 인간이 원래 세 종류였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다. “지금은 인간에게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밖에 없지만, 옛날에 세 가지였어. 남성과 여성을 모두 가진 제 3의 성이 있었던 거지.” 양성인의 힘을 두려워한 제우스는 세 종류의 인간을 반으로 갈라놓았고, 이때부터 인간은 자신의 반쪽을 갈망하는 존재가 되었다.

‘향연’은 오늘날 다양한 커플의 모습을 대변해 주는 그리스인들의 대화가 아닐 수 없다. ‘숏버스’는 더욱 논쟁적이다. 성문제를 상담해 주는 전문가이지만 정작 자신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소피아는 한 게이 커플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숏버스’라는 곳을 알게 된다. 이곳은 SM을 행하는 권태로운 세브린을 비롯하여 섹스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인물들이 한데 모인다.

‘헤드윅’에서 감독, 각본, 주연으로 세상을 향해 내질렀던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뉴욕의 골목에 위치한 ‘숏버스’를 통해 해방구를 마련한다. 숏버스는 섹스의 다양한 모습이 펼쳐지는 곳이자 소피아의 오르가슴을 둘러싼 다양한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는 소통의 공간이다. 성기 삽입장면이 묘사되지만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장면들은 인물 사이의 교감하는 순간이다.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대부분의 인물을 아마추어 배우로 기용하는 선택을 통해 자연스러움을 끌어낸다. 이 시대의 살롱인 숏버스는 자본화되고, 권태로워진 섹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교육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을 향한 찬사 중의 하나는 “ ‘러브 액츄얼리’의 포르노 버전”이라는 표현이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는 메시지를 좁혀서 ‘숏버스’는 섹스를 중심에 세운다. 그것은 9·11테러에 대한 반응이었던 ‘러브 액츄얼리’와 마찬가지로 테러 이후 변화된 뉴요커들의 메마른 삶과 영혼을 파고든다. 2006년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심의가 아직 끝나지 않아 개봉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29일 오후 5시30분, 30일 오후 2시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유료 특별 상영회가 열린다. www.cinematheque.seou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