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베(神戶)시 후지와라 요시에(81) 할머니는 주오(中央)구 10평 남짓한 주택에서 혼자 산다.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을 기리는 안방의 작은 불전(佛殿)에서 기도한 뒤 가스레인지에 차를 끓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늘 반복해온 행동이지만 2년 전부터 큰 의미가 생겼다. “나 건강하게 잘 있어요”란 메시지를 주위에 전하는 행동이 된 것이다. ‘전령사(傳令使)’는 가스다.

22일 고베 시민복지교류센터 6층 주오(中央)주택복지센터 안심건강센터. 구가 슈쿠에이씨는 관서(關西)지역 도시가스업체인 오사카(大阪)가스가 오전 9시에 전송한 이메일을 확인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인근에 사는 독거(獨居) 노인 15명의 전날 가스사용량이 기록된 메일이다. 후지와라 할머니의 21일 가스 사용량은 324�. ‘건강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할머니의 가스 사용량이 ‘0’일 경우, 구가씨는 할머니 집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건다. 귀가 어둡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라 착신음이 30차례 울릴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도 안 받으면 자택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한다.

이런 안심건강센터가 고베시에 75곳. 이들 센터가 오사카가스 ‘스테이션24 감시센터’로부터 가스사용량 정보를 전해 받는 독거노인은 880여명이다. 가족이 있는 경우엔 가족들에게도 같은 정보가 전달된다. 주오주택복지센터 구보 가즈노리 소장은 “출근하지 않는 휴일에도 휴대전화를 통해 사용 내용을 전달받고 안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고베시가 오사카가스와 손잡고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2004년 10월. 가스계량기를 무선으로 전화회선과 연결해 사용량을 실시간에 파악하는 ‘IT 지킴이 서비스’다. 지금까지 쓰러진 채 방치된 노인 10여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한다. ‘고독사(孤獨死)’를 막은 것이다.

1995년 6300여명의 사망자를 낸 한신(阪神)대지진으로 고베시엔 독거노인이 유난히 많다. 지진 피해자를 위해 건립한 재해부흥주택에만 8000여 명(전체 47%)이 65세 이상. 한 해 50여명이 홀로 눈을 감는다. 20여일이 지나 발견된 경우도 있다. 고베시 고령복지부 오카모토 가즈히사 계장은 “지진 피해에다 고령화, 소자화(少子化·저출산), 핵가족화가 겹치면서 노인들을 (고독사에서) 지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베시는 평소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을 위해 작년부터 통신업체인 NTT, 마쓰시타(松下)전공과 함께 열감지기를 이용한 서비스도 시작했다. 열감지기로 노인의 움직임을 파악해 안부를 확인하는 시스템. 70여명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지진 피해 노인들의 경우 통신비만 부담하면 된다. 고베시는 이들을 위해 올해 예산 2800만엔(2억2400만원)을 사용했다. 보호 대상이 아닌 경우 가스 시스템은 한 달 1350엔(1만800원), 열감지기 시스템은 2700엔(2만16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고베시 고령복지부 나카시마 도모카즈씨는 “(독거노인의) 가족들도 서비스를 반긴다”고 말했다. “자동차 엔지니어인 아들이 해외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 아오키 지즈코(74) 할머니는 “(서비스로 인해) 아들이 늘 마음 놓을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내가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고베시의 성공에 힘입어 도쿄도(都)도 수도 사용 기록을 활용한 지킴이 서비스를 내년부터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