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 대학교 부총장·前국방부 차관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0차 상임위원회에 참석하여 자신이 평소 지니고 있던 안보·국방 관련 현안문제들에 대한 소신을 있는 그대로 여과 없이 피력한 것 같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戰作權) 문제와 관련해서는 역대 국방장관과 군(軍) 장성들을 ‘직무유기’로까지 거칠게 질타하면서 이들의 전작권 환수반대 주장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행위로 격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이 ‘별을 달고 거들먹’거렸다고도 했다.

전쟁억제와 유사시 국토방위의 일차적 책임은 군이 져야 한다. 그리고 그 최종 책임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과 군이 그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어떤 이유로도 변명하거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군은 헌법이 부여하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대통령은 군의 사명 완수를 보장하는 모든 국가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21일 노 대통령이 역대 군 지휘부에 대해 쏟아낸 거친 비난과 함께 피력한 자기 나름의 대북관(觀)과 국방관은 여러 면에서 오늘의 안보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의 대다수 국민은 물론 국방의 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군 지휘관들과 전후방 장병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우선 그는 북한의 대남 군사위협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자세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지금 한국에 도발적 행위를 하는 것은 바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것이 “제정신 가진 사람의 판단”이라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도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가능성에 대비하여 군사태세 완비에 여념이 없는 우리 국군은 모두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노 대통령은 국민과 국군장병에게 답해야 한다.

한편, 노 대통령은 남북한의 상대적인 군사역량을 단순히 국방비 규모만을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그는 한국이 그간 북한보다 국방비를 훨씬 더 많이 쓰고도 지금 와서는 북한보다 약하고, 그래서 전작권의 단독행사도 어렵다면서 환수를 반대한다면, 이는 그동안 군 지휘부가 “직무유기한 것”이라고 했다. 마치 현 한미연합지휘체제를 그 직무유기의 결과로 보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국방의 핵심 개념은 일차적으로는 ‘전쟁억제’고, 억제실패의 경우 전쟁 수행을 통한 ‘적의 격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군사상식을 간과하고 있다. 전작권 공유체제인 현 한미연합사령부는 바로 전쟁억제를 확고하게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장치인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한 한국군이 전작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북한이나 중국과 대화할 때 “말발이 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즉, 전작권 단독행사를 마치 국가주권 행사 개념과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전작권은 전쟁 시 승리로 이끌기 위한 순수한 군사작전 차원의 개념이다. 또 전쟁의 승패는 국가 존망의 문제며, 단순히 민족 자존심의 차원으로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특히 북한은 한국의 국가주권을 인정하는 체제가 아니다. 북한 노동당규약에 명기된 대남정책의 최종목표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 및 공산주의사회 건설’이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끝으로, 노 대통령은 앞으로의 한·중 관계를 감안해서도 미군으로부터 전작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견해인 것 같다. 이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 사이에서 ‘중간적 입장’에 설 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국제관계의 역사를 간과하는 것이다. 그 위험성을 해소하는 장치가 바로 한미동맹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예나 지금이나 ‘제정신’으로 북을 경계하고 있는 군을 계속 격려하고 성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