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1

2006.02.10. 지하철5호선 열차 안. 젊은 남녀 한 쌍이 승객들 앞에 나선다. “형편이 어려워 우리가 처음 만난 지하철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신랑. 신부는 줄창 눈물이다. 졸지에 하객이 된 승객들의 박수.

이 장면은 누군가가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인터넷에 퍼졌다. 동영상 제목은 ‘지하철 결혼식’. 감동 받은 네티즌이 많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이들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붙였고, ‘지하철 커플, 신혼여행 보내줍시다’라는 네티즌 청원엔 하루도 안 지나 7000명이 서명했다. 그러나 사흘 만에 ‘지하철 결혼식’은 한 연극동아리 학생들이 벌인 게릴라성 연극으로 밝혀졌다.

#사건 2

2006.11.14. 뮤지컬 ‘렌트(Rent)’ 제작사 신시뮤지컬컴퍼니. 오전 10시 티켓이 발매되자 전화가 폭주한다. 조승우가 출연하는 날의 표를 구하려는 여성팬들이 한꺼번에 접속, 서버가 다운되자 걸려온 항의전화다. #$%^&*@…. 험한 욕설이 쏟아진다. 17명의 직원이 이날 받은 수천 통의 전화는 상대만 다를 뿐 내용이 같았다.

관객의 병적인 집착과 망각이 드러난 올해의 두 사건이다. 수백만 명이 봤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철 결혼식’은 동영상이긴 해도 2006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본 연극이다. 안치운 호서대 연극과 교수는 “당시 댓글들을 모았더니 95%가 악성(惡性)이었다”며 “더 놀라운 건 사람들이 사흘 뒤 그 사건을 완전히 잊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격렬히 반응했다가 까맣게 잊기는 ‘렌트’(내년 1월 7일부터 신시뮤지컬극장)도 마찬가지였다. 조승우 표는 발매 당일 2시간 만에 매진. 이튿날부터는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저렇게 한 배우에 쏠리는 관객들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편 경매사이트 옥션에서 조승우 티켓은 현재 최고 3배(5만원→15만원)까지 몸값이 부풀었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는 “세상의 호흡이 짧아지면서 공연 초반의 선입견이 대세를 좌우하고 있다”면서도 “스타 캐스팅이 흥행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