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펜만이 아니라 ‘디카’와 함께 글을 쓰는 시대를 실감했습니다.”

시인·사진작가 신현림씨가 탄성을 터뜨렸다. 조선일보가 한국 일간지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2007 사이버 신춘문예의 ‘디카 에세이’ 부문 심사를 맡은 신씨는 “응모작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아 놀랐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여러 컷을 올렸지만, 어느 응모자는 단 한 컷 사진 밑에 자신의 내면을 끄집어내는 형이상학적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디카 에세이’ 당선작을 뽑을 때 글과 사진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는가에 따라 마음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이버 신춘문예 심사가 지난 15일 끝났다. 4개 부문(디카 에세이, 블로거, 스토리, 댓글)에 걸쳐 모두 568편이 접수됐다. 온라인 국민 백일장에 걸맞게 다양한 연령층에서 응모했고, 특히 디카 에세이 분야의 수준과 열기는 당초 예상보다 높아 심사위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디카 에세이 심사에 참여한 사진작가 김상훈 교수(강원대 시각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는 “인터넷 디카 클럽에서 포토샵을 심하게 하는 사진들이 유행하기 때문에 그런 사진들이 많을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별로 없었고 오히려 ‘똑딱이’ 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찍은 순수한 사진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심사에 참여한 젊은 시인 김민정씨는 “멀리 남극 세종 기지에서 근무하는 분이 보낸 남극 풍경 사진과 글처럼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아 고르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응모작 경향을 ▲서정적 자연 사진▲아파트 재개발 현장과 매매춘 여성 등 리얼리즘적 사진 ▲낯선 이국 풍경 사진 등으로 나눴다.

소설 혹은 영화, TV 드라마의 밑그림을 제공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공모한 ‘스토리’ 분야 심사는 소설 ‘불멸의 이순신’의 작가 김탁환, ‘달콤한 나의 도시’의 정이현,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의 이기호씨 등 30~40대 스타 작가들이 맡았다. 김탁환씨는 “추리와 과학소설처럼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응모작이 주류를 이뤘다”고 분석했고, 정이현씨는 “판타지가 많기도 하지만, 의외로 중장년층 응모자들이 가족사나 불륜 경험을 고백한 이야기도 눈에 띈다”며 웃었다. 이기호씨는 “모티브는 좋은데 마무리 처리가 미흡해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선일보에 실린 올해 기사와 칼럼 중에서 고른 예시문을 놓고 네티즌들이 댓글을 다는 ‘댓글’ 경연 부문은 1차와 2차 각기 다른 예시문을 내걸었다. 1차는 정년 퇴임 직전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을 추모하는 칼럼 ‘한 소방관의 죽음’이었고, 2차는 “그만둘 수도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전한 기사였다. 조선일보 기자와 함께 심사를 맡은 소설가 성석제씨는 “댓글의 특성상 빠른 시간 내에 핵심을 집어내되 강한 울림을 주는 글들을 고르는 데 주력했다”고 심사 기준을 밝혔다.

독창적인 블로그 운영자들의 경연장이 된 ‘블로거’ 부문 심사는 박영욱(올블로그 대표) 이상운(바로북 대표) 한덕희(조선닷컴 전략기획팀장) 등 인터넷 전문가들이 맡았다. “다양한 연령층이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 심사위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꾸준히 블로거 활동을 하는 고연령층의 모습이 감동적이고 이채로웠다”고 평가했다. 4개 부문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을 비롯 각 부문 가작과 장려상(3명)을 뽑았고, 네티즌들의 추천수에 따라 각 부문별로 2명씩 인기상 수상자도 선정됐다. 사이버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개별 통지를 거쳐 내년 1월 1일자 조선일보와 인터넷 조선일보에 발표된다.

사이버 신춘문예 심사장면 / 조선일보 최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