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고지의 베스트셀러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나카다 히데오의 ‘링’은 동시대 일본 공포영화의 한 전범을 제시하며 공포영화로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세 편의 속편이 연이어 발표되었고 동시에 숱한 아류작들이 일본 안팎에서 양산되었다. 한국에서도 ‘링’은 인기작으로 김동빈 감독이 리메이크한 바 있다.

이번에 방영되는 ‘링’은 고어 버빈스키 감독에 의한 할리우드판 리메이크. 영화의 줄거리는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일본판의 것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어느 날 밤 10시, 십대 소녀 하나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소녀의 장례식에 참석한 여기자 레이첼은 소녀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은 소녀는 일주일 전 한 산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의문의 비디오를 보았으며 그 비디오를 함께 본 아이들은 모두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사망했던 것이다. 호기심에 사건을 파헤치던 레이첼은 아이들이 묵었던 산장에서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다. 비디오를 본 직후의 레이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 그녀가 일주일 후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비디오를 본 직후 전화가 걸려와 죽음을 예언한다는 설정은 일본판에는 없던 것인데 이러한 설정이 덧붙여짐으로써 제목 ‘링(ring)’은 전화벨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읽혀질 수 있게 되었다. 일본판이나 한국판에 비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의 시청각적 강도는 약한 편이지만 비디오에 얽힌 사연을 파헤치는 레이첼의 탐색의 과정은 훨씬 논리정연하게 재구성됐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귀신의 형상은 동양의 원귀와 서구적인 악령(evil spirit)이 반씩 혼합된 느낌을 준다. 결과적으로 미국판 ‘링’은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서스펜스 스릴러에 가까운 모양새가 되었는데 감독 버빈스키는 시청각 미디어가 지닌 ‘전염’의 힘을 강조하는 쪽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영화를 마무리하고 있다.

원제 : ‘The Ring’ 115분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