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아이들이 학교에서 빵처럼 생긴 저금통을 받아왔다. 저금통에 동전을 채워 한꺼번에 기부를 해야 한다면서 일정 기한까지 동전으로 다 채워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기한이 빠듯하다 보니 동전을 다 채울 수 없어 결국 은행가서 지폐를 100원짜리로 바꿔 한꺼번에 넣어서 보냈다.
기부란 무엇인가? 내가 가진 것을 쪼개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이 생기는 것은 사랑의 실천을 생색내기 수단으로 변질시키면서 생긴 게 아닐까? 게다가 동전은 10원짜리가 30원대, 100원짜리가 60원대의 많은 제조비용이 소요된다. 이 비용은 국민 세금이다. 따라서 주화는 적정 유통량만 발행해 사용하는 것이 세금을 줄이는 일이고, 내 주머니 돈을 아끼는 길이다. 그런데 저금통 기부를 하면서 오히려 쓸데없이 주화 유통량만 늘리는 것 아닌가.
지폐를 선뜻 꺼내기 힘든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것이 저금통 기부다. 학기 초에 나눠줘 군것질 할 돈을 아끼고 모으는 법을 가르쳐야지, 촉박한 기간 동안 동전을 모아오라고 하니, 어느 날 한꺼번에 돈을 채워 넣는 편법을 배우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