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1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만 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중국은 경제규모(국내총생산·GDP기준)가 두 배 가까이 불어나는 등 고속 성장을 질주했다. 하지만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은 오는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전략경제 대화’를 앞두고, 중국의 미온적인 개혁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의 전방위 중국 압박
‘미·중 고위전략경제 대화’의 주요 의제는 환율·무역균형·지적재산권·경제정책 등 핵심 현안을 총망라한다. 이 회합을 앞두고, 미 대표단은 일제히 강도 높게 중국을 성토했다. 헨리 폴슨(Paulson) 재무장관은 8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의 통화와 경제체제에 대한 세계의 인내심이 사라지고 있다”며 “중국의 왜곡된 위안화 환율이 중국의 수출을 촉진하고 미국의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아 미국인들의 분노를 산다”고 비난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수잔 슈워브(Schwab) 대표는 10일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 “중국이 개혁 속도를 늦추면서 세계경제를 위험하게 만든다”며, “중국이 개혁에서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미국은 새로운 무역 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USTR은 또 11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폐쇄적 시장접근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중국의 WTO 가입 5주년 평가 보고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도 지난달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 당사자(stakeholder)가 되기에는 자격 미달”이라고 깎아내렸다.
미 정부·의회가 쏟아내는 불만의 밑바탕에는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중국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불신감이 깔려 있다.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WTO에 제소하는 강수(强手)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WTO 5년 개방 약속 지켜왔다’
중국은 그러나 자국이 ‘약속을 준수하는 선량한 파트너’라고 반박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탕수 연구소장은 “중국은 5년 전 WTO 가입 약속을 지켰고, 세계 경제 성장에 큰 공헌을 했다”며 “중국은 위안화 개혁 노력을 계속해 위안화의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은 “전 세계 반(反)덤핑 판정 중 중국 상품을 겨냥한 것이 2001년에는 15%였는데 작년엔 30%, 올해 1~3월에는 37%로 급증했다”며 오히려 중국이 집중 견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또 지난 5년간 2000여 개의 법률·규정·조례를 개정했고 2001년 평균 14.3%이던 공산품 관세율을 WTO 가입 이후 9%로 낮추는 등 WTO와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11일부터 외국계 은행에 대한 중국 내 위안화 소매금융 영업을 허가했지만, 현지법인 설립과 10억 위안(약 1200억원)의 자본금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반쪽 개방’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당국에 적발된 외국상품 도용·모방 건수도 6770건. 2004년보다 23% 넘게 증가했다. 이는 그만큼 지적 재산권 침해 사례도 급증했다는 얘기여서, 중국 정부의 단속이 아직도 ‘립 서비스’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