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의 한 과장급 간부가 외환은행 매각 의혹과 관련해 ‘당시 김진표·전윤철 경제부총리, 이정재 금감위원장으로부터 외환은행 매각의 판단 배경에 대해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의미 있는 말을 듣고 싶다’는 이메일을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변양호 前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주도했고 당시 長장·次官차관 등 상관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떠오른 所感소감이었다. 그는 “공무원 조직체계상 上官상관의 허락과 힘이 실리지 않으면 어떤 일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이 상식은 그의 상식만이 아니라 국민의 상식이다.

전윤철 現현 감사원장은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시작될 때 재경부 장관이었고,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은 협상이 마무리될 때 장관이었다. 이정재씨는 외환은행을 不實부실 은행으로 지정해 론스타의 인수자격 문제를 해결해준 금융감독위원회의 책임자였다. 그런데도 이들은 검찰 수사에서 “보고만 받고 구체적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고 진술해 책임을 비켜 갔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재경부 국장 혼자 1조원대 은행 매각을 멋대로 주무를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은 나라도 아니고 대한민국 관료조직은 완전한 허깨비였다는 것과 다름없다.

관료조직의 최고 책임자는 기분 내키는 대로 결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잘못됐을 때 포괄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결재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뭐 하러 그들 책상에 결재서류를 올려놓겠는가. 전쟁터에서 작전에 실패한 부하가 軍法군법회의에 부쳐졌는데 그 부하를 지휘한 上司상사는 먼 산만 바라보며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 군대가 군대 구실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군대에서 지휘관의 “돌격” 명령을 어느 부하가 따르겠는가.

재경부 간부는 편지에서 ‘공무원으로 일한다는 게 참으로 무섭고 조심스러워진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관료조직은 이런 식으로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