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섯 권으로 나올 예정인 ‘STOP!’(비룡소) 시리즈는 어린이 자연과학책에 대한 2가지 편견을 깬다. 첫째, ‘박사님’이 등장하지 않는다. 많은 자연과학책들에 어김없이 나와 아이들에게 지식을 쏟아붓는 박사님 대신, 좀 산만하지만 상상력 가득한 아홉 살 소녀가 동물들과의 ‘토크쇼’를 진행하며 지식을 퍼올린다. 둘째, 동물이 저마다 ‘자기 말’을 한다. 사람에게 비친 ‘대상’이 아니라, 동물 스스로 “내가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박다박 주장한다. “사슴을 잡아 먹는다고 해서 호랑이가 나쁜 동물은 아니거든요. 벼룩도 다 살아가는 이유가 있고요. 그래서 책을 통해 동물들에게 자기 입장을 말하라고 발언 기회를 주었습니다.”

만화책 같기도 하고 그림책 같기도 한 이 시리즈의 저자가 재미있다. 글을 쓴 김산하(29)씨는 서울대에서 동물행동생태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자. 그림을 그린 김한민(26)씨는 서울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중요한 건 두 사람이 형제라는 점, 그리고 둘 다 못말리는 동물애호가라는 사실이다.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여덟 살 때 스리랑카에 산 적이 있어요. 집안에 엄청나게 큰 바퀴벌레가 살았고, 창 밖으론 수백 마리 까마귀 떼가 무리 지어 날았지요. 교실 안으로 부엉이가 들어왔다가 천장 선풍기에 치여 죽은 적도 있다니까요. 자연과 함께 살았죠.”(산하)

동물 모양의 모자를 즐겨 쓰고, 제일 좋아하는 책은 동물백과사전이며, 살아 있는 것이라면 무엇하고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주인공 ‘지니’는 바로 두 형제의 캐릭터다. “다섯 살 때 구아바 나무 맨 꼭대기에서 커다란 열매를 따먹고 있는 원숭이가 얄미워 물을 뿌려댄 적이 있어요. 다른 생명체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은 그때 싹튼 것 같아요. 형이랑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려대고 백과사전을 뒤졌죠.”(한민)

‘스톱!’이라는 책의 컨셉트도 어린 시절 추억에서 되살렸다.

“‘얼음 땡’이란 놀이처럼, 독수리가 토끼를 낚아채려는 찰나에 스톱을 외쳐 장면을 멈추게 한 뒤 토크쇼를 열어 동물들이 변명할 기회를 주는 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물 세계의 진실을 배워가고요.”(산하)

▲동물 얘기만 나오면 아이처럼 들뜨는 김산하(왼쪽)·한민씨.

시리즈 첫 권을 ‘동물들이 함께 사는 법’, 즉 공생과 기생으로 선택한 데도 이유가 있다. “기생이 나쁘다고 하지만 서로 의존하고 산다는 점에서는 공생과 다르지 않아요. 인간사회도 마찬가지죠. 동물 세계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동물에 무관심한 것보다는 동물을 징그러워하는 게 더 낫다”며 웃는 형제는, “대신 동물을 혐오스럽게만 묘사하거나 인간이 맞서 싸워야 할 상대로 왜곡시키는 책이나 영화는 좋지 않다”고 충고한다. 동물들 이야기를 알아듣는 경지에 오르게 된 비법을 묻자 두 사람은 부모님 얘기를 했다.

“저희 집은 너무 지저분해서 병에 걸릴 정도였어요.(웃음) 집 안에 ‘곤충방’을 만들고 어항 10개를 굴린데다, 서랍마다 4남매의 ‘아이디어 창고’를 만들어 차곡차곡 모아주셨죠. 동물을 보고 엄마 아빠가 먼저 징그럽다는 반응을 보이면 아이들은 그 편견이 옳다고 믿게 돼요. 벼룩이든 뱀이든, 수족관 열대어처럼 다같이 예쁘고 소중한 생명이라고 생각하시면 두려움이 사라질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