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의 어느 날, 신문을 보다 한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개구리를 불러 모으려면 먼저 물웅덩이를 파놓고 개구리를 기다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화장장을 먼저 지어 놓으면 화장하는 사람들이 늘기 마련이고,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화장이 대세인 때가 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예측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2005년 전국 화장률은 52%, 서울 등 대도시는 65%를 초과해 화장이 보편화된 것이다. 문제는 화장장이 모자라 화장하고 싶어도 제때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개구리가 뛰어들어 물웅덩이가 모자란 형국이 된 것이다.
이렇게 화장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이지만 1998년 9월 8일 서울 경기 북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폭우도 일조했다. 당시 무참하게 일그러진 공원묘지를 본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때마침 SK그룹 고 최종현 회장이 화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또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지도층 인사들의 화장 유언장이 공개되었다. 이로써 가난한 사람, 악상(惡喪)에나 화장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바뀌었고, 화장이 급증했다. 물론 도시화와 핵가족화라는 사회 변화, 게다가 NGO들의 화장 장려운동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화장이 늘면서 전국 곳곳에서 ‘화장장 설치 결사반대’ 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연히 서울이 가장 먼저 큰 몸살을 앓았다. 2001년 서초구 원지동을 화장장 부지로 확정했지만 주민 반대와 서울시 당국의 의지부족으로 6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그 와중에 서울 시민들의 주검은 화장장을 찾아 멀리 강원도, 충청도까지 헤매고 있다.
화장이 느는데 왜 화장장 설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할까? 여러 조사를 종합해 보면 현재의 화장률 52%를 채우고 있는 쪽은 중·서민층이다. 사회 상류층 화장률은 20%대에 그치고 있다. 만약 이 비율이 정반대였어도 화장장 문제가 방치됐을까? 무릇 복지정책은 다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원칙이다. 비록 그것이 어렵다고 해도 회피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세계묘지 문화기행’ ‘장례의 역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