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도

〈제12보〉(157~198)=승패 결과와 사용 시간 간의 함수관계는 언제 봐도 아리송하다. 패한 자의 속기(速棋)는 단순한 습관일까, 아니면 승부철학의 부재(不在)일까. 앞섰으면서도 훨씬 많은 시간을 쓰는 심리를 ‘가진 자’의 소심함으로 해석해도 좋을까. 서봉수는 젊었던 시절 “시간을 남기고 바둑을 지는 것은 직무유기”란 독설을 남겼었다.

박빙의 우세를 지켜온 홍민표는 초읽기가 코앞에 왔고, 열세 속 구리는 아직 제한시간의 절반가량만 소비한 상태. 백이 △로 뛰어든 것은 팻감이다. 이 수를 받지 않고 좌변 패(覇)를 해소한다면? 참고도 9까지 우상귀에서 백이 알뜰하게 살림을 차리게 되니 안될 말이다. 자세히 살펴 보면 흑은 바둑뿐 아니라 패마저도 승산이 없어 보인다.

좌변 패를 포기하고 185까지 다른 곳들을 정비한 것도 그런 이유. 186으로 때려내면서 삶을 강요하자 흑은 187로 대응한다. 188, 190은 적절한 삭감. 188에서 마침내 홍민표에게 초읽기 선고가 내려졌다. 흑은 아직 1시간도 훨씬 더 남았다. 194, 196이 좋은 대응.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 가능성을 넘어 서서히 실체화해 가고 있다. (161 167 173…▲, 164 170 176…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