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이공계 우대 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이공계 우대 정책’도 다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최근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박사가 학문의 최고 경지라면 기술사는 산업현장의 최고 자격이다. 기술사는 산업현장에서 7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람만이 응시자격을 부여받는다. 합격도 어려워 합격률이 10% 전후에 불과하다. 공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산업현장의 기술자로 첫발을 내딛는다. 산업현장에서 실무를 쌓고, 고급 기술자로 성장해 간다. 그러나 기술사에 대한 대우가 열악한 것을 알고는 곧 목표를 잃고 좌절하고 만다. 이 때문에 기술사 전체의 30분의 1에 불과한 1000여 명만이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5월, 기술사의 전문성을 높여 고급 기술자격의 국제 통용성을 높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을 때, 3만여 기술사들은 정부의 기술사법 개정안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지난 7월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관계부처의 이해관계에 밀려 기술사의 업무영역을 규정하고, 위반시 벌칙을 적용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삭제됐다.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 의료법 등은 모두 업무영역과 위반시 가해지는 벌칙이 명시되어 있는데, 유독 기술사만 명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술사가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는다면 기사와 산업기사도 기술사를 목표로 삼을 것이다. 기업 역시 기술사 사무소를 이용함으로써 현재처럼 기술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할 필요가 없어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술인들이 진정 바라고 원하는 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