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그리스 안티키테라 섬 앞바다 해저 42m에서 발견되었던 톱니바퀴 기계가 고대세계의 '천체 연구용 수퍼 계산기'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의하면 이 수퍼 계산기는 기원전 1~2세기에 그리스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태양과 달의 움직임, 지구의 공전 주기, 양력과 음력을 일치시키는 '메톤 주기', 일식과 월식을 볼 수 있는 '사로스 주기', 수성과 금성 등의 행성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양의 '혼천의(渾天儀)'와 비슷하다. '혼천의'의 기능도 별들이 움직이는 운동주기와 이동경로를 연구하고 예측하는 데에 있었다. 그리스의 '안티키테라 천문기계'와 동양의 '혼천의'는 기능이 거의 흡사하다.
'혼천의'는 그 초보적인 형태가 기원전 2세기 무렵 중국에서 만들어졌고, 원나라 때 아랍에서 온 천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정밀한 혼천의가 만들어졌다. 중세에는 아랍문명권에서 천문학이 발달하였다. 고천문학(古天文學) 전문가인 서울교대의 이용복(李瑢馥) 교수에 의하면 아랍의 천문학은 그리스와 바빌로니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번에 보도된 '안티키테라 천문기계'는 한자문화권 '혼천의'의 원조(元祖)인지도 모른다.
별자리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입체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평면에다가 그림을 그려 가지고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혼천의는 입체적인 기계장치이므로, 지구와 달, 태양, 오성(五星), 이십팔수(二十八宿)의 운동과 배치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아주 도움이 된다.
혼천의는 5개의 둥그런 환(環)이 장치되어 있다. 지평선과 별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평환(地平環), 어떤 별이 머리 위를 지나가는지 알 수 있는 자오환(子午環), 이십팔수의 위치를 새겨 놓은 적도환(赤道環), 태양이 가는 길을 표시한 황도환(黃道環), 달이 가는 길을 표시한 백도환(白道環)이다.
조선시대의 선비들도 이 혼천의를 가지고 있었다. 도산서원, 송시열(宋時烈) 종가, 논산의 윤증(尹拯) 고택, 안동의 전주 유씨 수곡(水谷) 종택에 혼천의가 전해져 왔다. 돈이 좀 생기면 이용복 교수와 함께 혼천의를 만들어 보려고 생각 중이다.
(조용헌·goat135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