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살을 찌우고 있다고 했다. 올해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선욱(18)군. 올해 초보다 4~5㎏ 정도 체중을 늘렸다. "꽃미남으로 승부를 걸 것도 아니고…. 리스트의 소나타를 연습해도 예전보다는 훨씬 편하게 칠 수 있죠. 너무 찌면 흉해 보일까봐 요즘엔 밤에 초등학교 운동장을 10바퀴 정도 뛰어요."
지난 9월 콩쿠르 우승 이후 김선욱은 단번에 한국 음악계의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12월 14일 창원시향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협연을 시작으로 ▲31일 부천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내년 2월 KBS 교향악단과 '황제'▲내년 5월 정명훈이 이끄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베토벤 협주곡 4번 ▲내년 8월 서울시향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까지 국내외 교향악단과 협연이 줄줄이 잡혀 있다.
내년 3월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단독 리사이틀과 런던 필하모닉·BBC 웨일스 국립 오케스트라와의 해외 협연까지 합치면, 숨 고를 틈조차 없다. "아직까지 부담보다는 즐거움이 더 크죠. 학생 신분이니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그의 미소에는 아직 10대의 풋풋함이 남아 있다.
김선욱이 붙잡은 키워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의 부제처럼 '젊은 황제'의 등극이라도 알리고 싶은 걸까.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 프로코피예프처럼 화려한 소리나 기교로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곡은 다른 연주자들도 많이 하잖아요. 저는 반대로 가고 싶어요."
김선욱은 "베토벤이 음표 하나하나에 자신의 고통과 고뇌를 담았듯, 소리 자체로 감동을 주고 싶다"고 했다. 가슴 속에 '꾸준히'라는 말을 담고 산다는 그는 하루 연습량도 3시간에서 5시간 안팎으로 늘렸다.
가수 비, 탤런트 송일국, 개그맨 박준형·정종철과 함께 '올해의 남성'(월간GQ코리아)에 꼽히기도 했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학점을 걱정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지난 네 학기 동안 평점 4.00으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번 학기는 수업 일수가 모자라서 '학사 경고'를 걱정해야 할 판이네요." 학교 구내식당에서 1800원짜리 점심 식사를 마치고 연습실로 돌아가는 소년의 발걸음은 경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