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7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우리 교육계의 심각한 위기를 자초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현행 교육자치제를 폐지하고 '시·도교육위원회를 시·도 의회 상임위원회'로 통합시키는 안으로, 현재 국회 본회의의 최종 의결을 남겨 놓은 상태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정자들은 교육을 바로 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도 부족한 때에 정부와 국회는 교육의 정치 예속화를 가져올 '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정치·경제적 논리를 내세우며 끊임없이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로 통합하려고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는 교육을 더욱 위기로 몰고 가고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된다. 우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고 정치 예속화를 가져온다. 교육의 최종 의결권을 정치인으로 구성된 시·도의회에 맡길 경우 학교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을 잃게 된다. 정치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할 교육정책이 특정 정당의 편향된 가치와 이념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또한 교육 재정의 부실이 더욱 가속화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재정 자립도는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최저 상태이다. 따라서 정부가 아닌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부담을 맡는다면 가시적 효과가 적은 교육 분야의 투자가 축소될 것이다. 그리고 지방 재정 상황에 따라 지역간 교육 격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교원 배치율이나 학급당 학생수 차이로 이어져 결국은 국민 보통교육에 있어서 '교육의 기회 균등'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일반 자치로의 통합은 헌법에서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을 침해하게 되는 등 문제점이 있다. 물론 지금의 제도도 보완할 점이 많다. 그러나 그 해법은 어디까지나 정치·경제적 논리가 아닌 교육의 본질에 근거하여 풀어가야 한다. 각급 교장회 및 교원단체들도 기자회견이나 국회의원 면담을 통해 문제점을 수없이 제기하였지만, 정치권에서 이를 무시하고 서둘러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강호봉·전국 시·도교육위원회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