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정치자금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내기로 했다. 여야 후보들이 전국을 돌면서 사실상 대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간 법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게 될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선관위는 26일 "여야 유력 후보 중 현역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며 "각 캠프를 상대로 비용의 출처·지출 내역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후 12월 중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야 후보들은 이미 '캠프' 역할을 하는 사무실을 열고, 월 평균 1000만~2000만원대의 운영비를 쓰고 있다. 여기에 해외 출장, 전국 순회 강연 등에 들어가는 돈까지 합치면 억대가 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돈들을 모두 합법적으로 소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들이 강연 또는 지지 모임에 참석해서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발언 등을 할 경우, 이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불법 자금이 된다"고 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중 쓸 수 있는 돈의 한도는 대략 470억원이다. 주로 선전물이나 벽보·홍보물 제작 등 선거에 직접 소요되는 비용만 그렇다. 그러나 정책개발비 등 정치 활동에 들어가는 돈은 제한이 없다. 정책개발비로 수백억원을 써도 법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다.
돈을 모으는 방법은 3가지다. 우선 본인이나 친족의 돈을 쓸 수 있다. 이 경우 모금액에 제한이 없다. 현역 국회의원은 자신의 후원회를 통해 돈을 모을 수 있다. 또 정당의 당내 경선기간 동안에는 후보자가 후원회를 만들어 돈을 모금할 수 있다.
문제는 현역 의원이 아니거나 무소속인 후보들이다. 국회의원이 아닌 후보자는 경선기간 외에는 친족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할 길이 없다. 무소속은 자기 돈을 쓰는 것 말고는 아예 방법이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를 고치기 위해 대통령선거 출마자가 예비후보 등록일(선거일 240일 전) 또는 선거일로부터 1년 전부터는 후원회를 통해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집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