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청담동의 S논술학원. 고려대 수시2학기 논술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파이널 특강'이 지난 17일부터 계속되고 있다. 8일짜리 이 특강을 수강 중인 고3들은 100명 정도. 그중 40여명이 상경(上京)한 지방 학생들이다. 친척집, 고시원, 모텔에서 묵고 있다는 이들은 특강이 끝나는 다음날(25일) 바로 논술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서울 역삼동의 'Y논술아카데미'도 사정은 마찬가지. 제주·부산·대구·대전 등 전국 각지의 중상위권 고3들이 기말고사가 끝나는 대로 연일 등록 중이다. 이 학원 이제우 원장은 "다음주면 지방 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말과 내년 1월 주요 대학들의 수시 및 정시 논술시험이 예정된 가운데 전국의 고3들이 서울 강남의 논술 학원가로 몰려 들고 있다. 수능이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논술이 중상위권 학생들의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울산의 A고교에서는 인문계열에서 1명, 자연계열에서 3명의 상위권 학생들이 수시모집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의 논술학원으로 떠났다. 이 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에는 별다른 논술 지도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말리고 싶어도 말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여수의 한 고교 교사는 "경쟁력 있는 논술학원이 우리 지역에는 없고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서울로 올라가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강원도 H고의 이모(여·19) 양은 혼자 서울 테헤란로의 한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모 대학 수시 논술시험을 준비 중이다. "직장인들과 섞여 혼자 밥을 먹고 모텔의 PC로 논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이 학생이 2주 동안 쓸 비용은 모두 250만원. 학원비 140만원에 숙박비(하루 5만원)와 식비가 100여만원이다.
논술 원정을 떠나는 학생들이 이처럼 많지만 학교에선 이를 결석으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 울산광역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이은수 장학사는 "교육부 지시에 따라 교육과정을 준수하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고 했지만 일선 학교에 먹혀들 리가 없다.
대부분의 지방 학교들은 논술 원정으로 인한 결석을 교육부가 권장하는 '체험학습'으로 인정하고 있다. '친지방문'이나 '여행'의 경우 학교장 재량으로 체험학습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논술 원정도 그런 경우로 둔갑하고 있는 것. 전북 전주의 한 고등학교는 상경한 학생에 대해 수능 성적을 통보받을 때까지 현장학습에 허용되는 '기타 결석' 처리를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교육청의 우옥희 장학사는 "서울의 친척을 방문하는 김에 논술학원도 좀 다녔다면 어떻게 결석으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며 "지역적인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