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가 컨디션까지 보장하지는 못했다.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 출신의 명 소프라노 스테파냐 본파델리를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 본파델리는 작곡가 베르디의 고향인 이탈리아 부세토의 주세페 베르디 극장에서 열린 2002년 '라 트라비아타'에서 여주인공 비올레타를 거머쥐며 스타로 떠오른 성악가. 하지만 정작 한국 무대에서는 실력이 명성을 받쳐주지 못했다.

'라 트라비아타'의 1막은 이중창 '축배의 노래'부터 '아 그 이인가'와 '언제나 자유롭게'까지 그야말로 멜로디의 폭포를 이룬다. 특히 비올레타는 서정적인 음색부터 기교 넘치는 음성까지 다양한 컬러를 선보이며 30분 가까이 무대를 장악해야 한다. 1990년대의 안젤라 게오르규, 2000년대의 안네 네트렙코 등 당대의 소프라노들이 모두 이 작품을 통해 명성을 떨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21일 1막에서 본파델리의 고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중이염 수술 이후 복귀 무대라 더 큰 관심을 모았지만, 아직은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은 듯했다. 관객들의 갈채는 차라리 2막에서 뛰어난 성량을 보인 아버지 제르몽 역의 바리톤 유동직에게 쏠렸다. 연출가 볼프람 메링은 원작 설정에는 없던 무산 계층을 무대에 등장시키고 패션 쇼를 보는 듯한 화려한 설정으로 대비 효과를 노렸지만, 정작 ‘화룡점정’이어야 할 비올레타가 일찍 무너지면서 ‘자중지란’에 빠지고 말았다. 카를로 팔레스키가 지휘한 코리안 심포니의 현악은 1막 전주곡부터 섬세한 떨림을 정확히 포착해냈다. ▶23일까지. (02)586-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