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서울대 약대 학장

정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청(KFDA· 식약청)의 해체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식약청은 1998년 당시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를 일원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의 FDA(식품의약국)를 모델로 설립하였다. 그런데 정부는 다시 식품의 안전관리를 일원화한다는 명목으로 식약청을 해체하여 '식품안전처'를 신설, 총리실에서 관장하고, 의약품 부문은 안전본부로 격하시켜 보건복지부내 조직으로 다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이 추진안(案)은 현재 정부에 의해 국회에 계류(정부조직법 개정) 중이며, 오는 27일 심의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정부는 식약청 '폐지 이유'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2004년 6월의 쓰레기 만두 사건, 식약청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작년의 기생충 알 김치, 말라카이트그린 오염, 학교급식의 대형 식중독 사고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식품학자들만 모여서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식품학자, 약학자, 의학자, 미생물학자 등 여러 전공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식약청 조직에서 식품만 따로 떼어내 '식품안전처'를 만든다 하여도 이런 여러 전문가들을 다시 모아야 한다. 결국 '식품안전처'는 현재의 식약청과 똑같은 조직의 '제2의 식약청'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식약청의 기능 약화와 업무 혼란뿐만 아니라 막대한 국고의 낭비가 불을 보듯 훤한 대목이다. 10년 가까이의 발전과정을 거쳐 겨우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고 있는 식약청을 이제 와 해체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현재의 식약청은 김대중 정부 때(9년 전) 미국의 FDA와 같은 전문화된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신설됐다. 식약청은 빈약한 예산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전문성을 가진 담당공무원을 미국의 FDA로 연수 보내는 등 '선진 시스템'의 접목을 위해 노력해왔고, 기구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등 날로 발전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식약청의 발전을 위해 수년 전 충북 오송과학단지로 확대 이전키로 하고, 국비·지방비 등 3000억원을 이미 투입한 상태다. 현재 기반시설 조성 등에 예산의 67%가 투자됐다. 따라서 식약청이 해체되면 막대한 국민혈세의 낭비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고 했던가, 식품과 의약품은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우리의 전통 한방이나 민간약, 건강기능식품 등이 그렇고 비타민, 아미노산, 무기질 등 많은 의약품이 식품으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식품의약품의 안전을 관리하고 관련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FDA처럼 식품과 의약품을 통합관리하면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식약청 해체를 추진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식품의 관리가 여러 부서로 분산되어 있어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맞는 이야기다. 이러한 식품의 관리는 식약청으로 일원화하고 기관과 전문가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식약청을 해체하면 오히려 식품, 특히 의약품으로도 같이 사용되는 수많은 식품의 관리가 이원화된다. 식품관리 일원화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 오히려 이원화를 촉발한다.

논란을 빚고 있는 식약청의 해체는 전문가로 볼 수 없는 소수의 관계자들이 안(案)을 낸 것으로 확인됐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도 거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위인설관(爲人設官)의 오해까지 받고 있다. 정부는 식약청 해체와 식품처의 신설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

(이승기 · 서울대 약대 학장 )